빅테크의 해저케이블, 고치러 갈 배는 누가 마련할까요?
핵심 요약
- 해저케이블을 소유하는 것과 고장에 대비해 수리 능력을 갖추는 것은 별개의 일입니다.
- 수리선에는 출동 비용뿐 아니라 선박·인력·장비를 유지하는 비용도 들어갑니다.
- 케이블 소유자의 장기 유지보수 계약은 수리선 투자를 뒷받침할 수 있습니다.
- 통신망의 복원력을 따지려면 케이블 수와 함께 우회 경로와 실제 복구 능력을 살펴야 합니다.
AI와 클라우드에 기대는 업무가 많아질수록 데이터가 오가는 길도 안정적이어야 합니다. 그런데 빅테크의 해저케이블 투자를 볼 때는 새로 연결하는 노선에 눈길이 가기 쉽습니다. 바닷속 연결이 끊어졌을 때 고치러 갈 배까지 준비돼 있는지도 함께 봐야 합니다.
케이블 소유권과 수리 능력은 별개입니다
대규모 데이터센터를 운영하는 기업을 흔히 ‘하이퍼스케일러’라고 부릅니다. 이런 기업이 해저케이블을 직접 소유하거나 공동 투자하면 데이터가 오갈 경로와 용량을 확보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다만 케이블을 소유하고 있다고 해서 고장이 났을 때 곧바로 복구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해저케이블을 수리하려면 먼저 바닷속 손상 지점을 찾아야 합니다. 필요한 선박과 장비를 보내 케이블을 끌어올리고, 손상된 구간을 교체하거나 이어 붙여야 합니다. 작업을 맡을 숙련된 인력과 예비 케이블도 필요합니다.
케이블에 투자할 때는 두 가지를 물어야 합니다. “연결을 확보했는가?”와 “그 연결을 복구할 준비가 됐는가?”입니다.
각각 필요한 예산도, 준비할 일도 다릅니다. 새 케이블을 완공했다고 해서 수리선이 작업할 시간이나 예비 자재까지 확보했다고 볼 수는 없습니다.
수리선은 대기하는 동안에도 돈이 듭니다
고장이 났을 때 출동비만 내면 충분할까요? 출동할 때만 돈을 받는다면, 배가 평소에도 준비를 갖춘 채 대기할 수 있을지부터 따져봐야 합니다.
수리선은 출동하지 않는 동안에도 정비하고 관리해야 합니다. 승무원과 기술 인력을 확보해야 하고, 수리 장비도 언제든 쓸 수 있는 상태로 유지해야 합니다. 새 배를 마련하려면 건조하거나 매입하는 비용도 들어갑니다.
소방차를 떠올리면 이해하기 쉽습니다. 불이 난 날의 연료비만으로는 소방차와 인력이 늘 출동할 준비를 갖추기 어렵습니다. 해저케이블 수리 역시 대기 능력 자체에 비용이 듭니다.
케이블 소유자에게는 당장 쓰지 않는 수리 능력도 가치가 있습니다. 사고가 없을 때는 돈만 드는 것처럼 보이지만, 이렇게 준비해 둬야 사고가 났을 때 복구를 시작할 수 있습니다.
물론 배를 확보했다고 복구 시간을 마음대로 정할 수는 없습니다. 현장까지 얼마나 먼지, 날씨는 어떤지, 작업 허가는 받았는지에 따라서도 달라집니다. 돈을 들여 미리 준비할 수 있는 부분과 현장에서 조정해야 할 조건을 함께 봐야 합니다.
배를 주문하는 회사와 비용을 부담하는 회사는 다를 수 있습니다
“빅테크가 수리선을 직접 사야 한다”는 답이 먼저 떠오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모든 케이블 소유자가 선박 운영 조직까지 갖춰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누가 배를 소유하는가와 누가 운영 비용을 뒷받침하는가는 나눠서 볼 수 있습니다. 전문 운영사가 배를 보유하고, 케이블 소유자는 장기 유지보수 계약을 맺어 비용을 부담하는 방식도 가능합니다.
장기 계약이 있으면 선박 운영사는 앞으로 들어올 수입을 예상하기가 수월해집니다. 계약 기간이 충분히 길고 규모도 크다면 배를 마련하고 인력을 키우는 데 투자할 근거가 생깁니다. 다만 계약을 맺었다고 해서 새 수리선이 저절로 늘어나지는 않습니다. 계약 금액과 조건이 실제로 투자할 수 있는 수준이어야 합니다.
여러 케이블 소유자가 수리 능력을 함께 확보하는 방식도 생각할 수 있습니다. 비용을 나눌 수 있지만, 여러 곳에서 동시에 고장이 났을 때 어디부터 대응할지는 미리 정해야 합니다. 각자 계약서에는 배가 있어도 모두 같은 배를 기다리는 상황이 생길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정부가 비용을 지원한다면 그 대가로 공공이 무엇을 확보하는지도 구체적으로 정해야 합니다. 재난 때 출동할 수 있는 권리인지, 특정 지역에 배를 배치하는 조건인지가 분명해야 합니다. 지원금이 얼마인지와 함께 그 돈으로 어느 정도의 복구 능력을 갖추는지도 중요합니다.
케이블 개수보다 더 물어봐야 할 것들
통신망에서 말하는 ‘복원력’은 장애가 발생해도 서비스를 유지하고 정상 상태로 돌아오는 능력입니다. 케이블을 추가하면 우회할 경로를 늘릴 수 있지만, 개수만으로 이 능력을 판단하기는 어렵습니다.
가령 케이블 두 개가 같은 연안 구간을 지나간다고 해보겠습니다. 그 구간에서 사고가 나면 둘 다 영향을 받을 수 있습니다. 노선이 서로 나뉘어 있는지, 남은 경로가 우회 트래픽을 감당할 수 있는지도 살펴야 합니다.
우회할 수 있더라도 손상된 케이블은 복구해야 합니다. 고장 난 연결을 오래 방치하면 다음 장애를 견딜 여유가 줄어들 수 있습니다. 우회 경로를 마련하면서 수리할 준비도 함께 해야 합니다.
빅테크의 해저케이블 투자를 평가할 때 다음 질문까지 살펴야 하는 이유입니다.
- 수리를 맡을 선박과 인력을 어떤 계약으로 확보했습니까?
- 여러 케이블이 동시에 고장 나면 출동 순서는 어떻게 정합니까?
- 예비 케이블과 접속 부품은 어디에 준비돼 있습니까?
- 유지보수 비용에 선박 교체와 인력 양성을 위한 투자 여력이 반영돼 있습니까?
새 케이블의 혜택을 누리는 소유자라면 그 연결을 유지할 수리 능력에도 꾸준히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고 봅니다. 다음 해저케이블 투자 소식에서는 노선 지도와 함께 이 질문의 답도 확인하고 싶습니다. “끊어졌을 때 출동할 배까지 준비된 투자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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