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토류 4분 소요

미국은 왜 희토류 산업을 놓쳤나: 마그네퀜치 매각이 남긴 질문

핵심 요약

  • GM에서 출발한 마그네퀜치는 1995년 중국 기업이 참여한 컨소시엄에 매각됐습니다.
  • 희토류 공급망의 경쟁력은 광물 확보뿐 아니라 정제, 소재 가공, 자석 제조 능력에 달려 있습니다.
  • 생산시설이 해외로 옮겨가면 국내에서 기술 인력을 키우고 공정 경험을 쌓을 기회도 달라집니다.
  • 산업을 지원하면 공급을 안정시키는 데 도움이 되지만, 보조금과 환경 관리에 비용이 듭니다.

전기차와 풍력발전기, 산업용 로봇의 성능을 이야기할 때 자석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일부 고성능 모터에 쓰이는 희토류 자석은 에너지 전환과 첨단 제조에 필요한 소재입니다. 이 공급망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위치를 이해하려면, 미국 자동차 회사가 소재 사업을 팔았던 때로 거슬러 올라가 볼 필요가 있습니다.

1. 미국이 산업을 팔았다는 말, 절반만 맞습니다

GM에서 출발한 마그네퀜치는 네오디뮴계 희토류 자석에 쓰이는 금속 분말을 만드는 회사였습니다. 이 분말 제조가 회사의 핵심 사업이었습니다.

마그네퀜치는 1995년 중국 기업이 참여한 컨소시엄에 매각됐습니다. 이후 미국에 있던 생산거점도 중국으로 옮겨갔습니다. 미국에서 키운 소재 기술과 생산 능력이 함께 해외로 이동한 것입니다.

다만 “미국이 희토류 산업을 중국에 팔았다”는 표현에는 여러 결정이 한데 묶여 있습니다. 사업을 판 주체는 기업이었고, 거래 대상도 특정 사업이었습니다. 미국의 희토류 산업 전체가 한 번의 계약으로 넘어간 것은 아닙니다.

이때 기업과 국가의 계산은 달라집니다. 기업은 사업을 팔아 자금을 마련하거나 주력 사업에 집중할 수 있습니다. 반면 국가는 그 사업이 사라지면 다른 산업에 어떤 영향이 미칠지까지 살펴야 합니다.

회사로서는 팔 수 있는 자산이라도, 국가로서는 지켜둘 가치가 있는 생산 능력일 수 있습니다. 마그네퀜치의 매각을 두고 따져볼 문제도 여기에 있습니다. 그 가치를 누가 판단하고, 유지하는 데 드는 비용은 누가 부담할 것인가 하는 문제입니다.

2. 희토류는 땅에서 캐낸다고 바로 쓸 수 없습니다

희토류는 17개 원소를 묶어 부르는 이름입니다. 네오디뮴은 그중 강력한 영구자석을 만드는 데 쓰이는 원소입니다. 영구자석은 전기를 계속 공급하지 않아도 자성을 유지하는 자석을 말합니다.

광산에서 나온 물질을 곧바로 모터에 넣을 수는 없습니다.

광석을 처리한 뒤 필요한 원소를 분리하고 정제해야 합니다. 이렇게 얻은 원소를 금속과 합금으로 가공한 다음, 원하는 성능을 내는 자석으로 만들어야 합니다. 완성된 제품의 품질도 고객사가 요구하는 수준에 맞아야 합니다.

공급망이 제대로 돌아가려면 채굴·분리와 정제·소재 가공·자석 제조에 각각 필요한 능력을 갖춰야 합니다. 어느 한 단계라도 막히면 그다음 단계의 공장도 영향을 받습니다.

중국의 강점 역시 매장량만으로는 설명하기 어렵습니다. 중국은 여러 생산 단계가 서로 이어지도록 산업 기반을 쌓아 왔습니다. 광산을 새로 확보하더라도 가공을 특정 국가에 맡겨야 한다면, 그 국가에 공급을 의존하는 문제는 여전히 남습니다.

마그네퀜치 매각만으로 중국이 우위를 차지했다고 볼 수 없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회사 한 곳의 소유권이 바뀌는 일과 산업 전체가 경쟁력을 갖추는 일은 구분해서 봐야 합니다.

3. 값싼 공급망의 가격표에 빠진 비용

해외에서 더 싸게 살 수 있다면 기업이 그 공급처를 선택하는 것은 자연스럽습니다. 부품을 싸게 사면 완제품의 가격 경쟁력을 높이는 데도 도움이 됩니다.

그런데 구매 가격만으로는 알기 어려운 것이 있습니다. 다시 만들 수 있는 능력을 얼마나 유지할 수 있느냐는 점입니다.

제조 기술이 모두 특허와 설계도에 담기는 것은 아닙니다. 작업자가 불량 원인을 찾아내고 장비를 조정하면서 익힌 요령도 기술입니다. 고객의 요구에 맞춰 품질을 일정하게 유지하는 과정에서도 경험이 쌓입니다.

생산이 해외로 옮겨가면 이런 경험이 쌓이는 곳도 달라집니다. 국내 생산이 오래 끊길수록 필요한 인력과 협력업체를 다시 모으기 어려워질 수 있습니다. 공장 건물을 지었다고 해서 경쟁력 있는 제품을 꾸준히 출하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그래서 평소에 얼마나 효율적으로 부품을 조달하는지와 위기가 닥쳤을 때 얼마나 잘 회복할 수 있는지는 따로 따져야 합니다. 한 공급처에 주문을 모으면 단가는 낮출 수 있습니다. 대신 그 공급처가 막히면 다른 곳에서 조달할 여지는 줄어듭니다.

저는 이 사례에서 값싼 수입 자체를 잘못이라고 보지는 않습니다. 그보다는 대체할 능력이 사라지는 비용까지 구매 결정에 반영하기 어렵다는 점을 눈여겨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개별 기업이 비용을 아끼는 동안 산업 전체가 떠안을 위험은 커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4. 정부가 나서면, 무엇을 얼마나 지원해야 할까요?

기업과 산업 전체의 이해가 이렇게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정부가 개입할 근거가 생깁니다. 기업 혼자 감당하기 어려운 공급망 위험이라면, 정부가 생산 능력을 유지하는 데 드는 비용을 보탤 이유가 있습니다.

하지만 보조금을 준다고 경쟁력 있는 산업이 저절로 생기지는 않습니다. 공장을 돌리려면 설비와 기술자가 있어야 하고, 그곳에서 만든 제품을 꾸준히 사줄 고객도 필요합니다.

정부가 장기간 제품을 사겠다고 약속하면 기업은 앞으로의 수요를 좀 더 가늠할 수 있습니다. 연구개발과 인력 양성을 지원하는 일도 공정에 필요한 기술과 경험을 쌓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여러 국가에서 공급처를 찾으면 특정 지역에 대한 의존을 줄일 수 있습니다.

어떤 수단을 택하든 비용은 따릅니다. 국내 생산을 유지하는 데 돈이 더 들면 세금이나 제품 가격을 통해 부담을 나눠 져야 할 수 있습니다. 보호가 오래 이어지면 기업이 스스로 비용을 낮추고 품질을 높이려는 노력도 약해질 수 있습니다.

환경을 관리하는 데 드는 비용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광물을 분리하고 정제하려면 화학물질과 폐기물을 관리해야 합니다. 생산시설을 국내에 두기로 했다면, 어디에 짓고 어떻게 관리할지에 대해서도 책임을 져야 합니다.

따라서 지원 정책을 평가할 때는 공장 건설 발표만으로 판단하기 어렵습니다. 실제로 얼마나 생산하는지, 품질은 어떤지 살펴야 합니다. 고객을 확보했는지와 공급처가 얼마나 다양해졌는지도 확인해야 합니다. 지원을 언제 줄이거나 바꿀지는 정책을 짤 때부터 정해둬야 합니다.

마그네퀜치의 역사를 보면 기업의 합리적인 선택과 국가가 원하는 산업 구조가 늘 맞아떨어지지는 않습니다. 공급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려면 평상시에 생산 능력을 지키는 데 드는 비용도 논의해야 합니다. 더 싼 제품을 얻는 이익과 필요할 때 직접 만들 수 있는 능력의 가치를 함께 따져보고, 그 능력을 지키는 데 얼마까지 부담할지 정해야 합니다.

희토류 공급망 산업정책

댓글

    댓글을 불러오는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