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디자인 3분 소요

지뢰찾기까지 떠먹여 준다면? AAA 게임의 친절이 놓치는 것

핵심 요약

  • 지뢰찾기는 숫자를 읽고 다음에 열 칸을 직접 고르는 데 재미가 있습니다.
  • 안내가 정답을 미리 알려주면 플레이어가 판단할 여지는 줄어듭니다.
  • 규칙을 이해하도록 돕는 설명과 다음 행동을 정해주는 지시는 구분해야 합니다.
  • 언제 얼마나 도움을 받을지 플레이어가 고르게 하면 친절하면서도 발견하는 재미를 살릴 수 있습니다.

게임 속 안내를 따라 목적지에 도착했는데, 정작 내가 무슨 판단을 했는지는 기억나지 않을 때가 있습니다. 마이크 래처(Mike Lacher)의 ‘Triple-A Minesweeper’는 지뢰찾기에 대작 게임의 과잉 친절을 더해 이런 경험을 떠올리게 합니다. 게임이 길을 잘 알려줄수록, 직접 길을 찾는 재미는 어디에 남을까요?

지뢰찾기에 ‘AAA’가 붙을 때 생기는 어색함

AAA는 보통 많은 제작비와 인력을 들여 만드는 대형 게임을 가리킵니다. 물론 AAA 게임이라고 모두 안내가 과한 것은 아닙니다. 다만 작은 칸과 숫자로 이루어진 지뢰찾기에 이 이름을 붙이면 어딘가 어색합니다. 거창한 게임 문법과 단순한 규칙이 잘 어울리지 않기 때문입니다.

지뢰찾기에서 숫자 1은 주변 칸에 지뢰가 하나 있다는 뜻입니다. 그 지뢰가 어디 있는지 확실히 알아냈다면, 같은 숫자에 맞닿은 나머지 칸은 안전하다고 판단할 수 있습니다. 규칙을 이해하면 그 규칙을 써서 다음에 열 칸을 찾게 됩니다.

재미있는 건 칸을 클릭하는 순간보다 그 전에 하는 생각입니다. “저쪽에 지뢰가 있으니 이 칸은 열어도 되겠네” 하고 알아내는 맛이 있죠. 때로는 추측해야 할 때도 있지만, 숫자를 읽고 뜻을 따져보는 과정이 게임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여전히 큽니다.

여기에 안내를 넣는다면 무엇을 도와야 할까요? 숫자가 무슨 뜻인지 설명해줄 수도 있고, 안전한 칸을 바로 표시해줄 수도 있습니다. 어느 쪽을 택하느냐에 따라 게임을 하는 느낌은 크게 달라집니다.

힌트가 내 판단을 대신하는 순간

안내가 나온다고 가정하고, 두 가지 예를 보겠습니다.

“숫자 1 주변에서 아직 확인하지 않은 칸을 살펴보세요”라는 힌트는 어디를 봐야 할지 알려줍니다. 그래도 어느 칸이 안전한지는 플레이어가 따져봐야 합니다. 반면 “오른쪽 위 칸을 클릭하세요”라는 지시는 다음에 할 행동까지 정해줍니다.

둘 다 게임을 진행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다만 앞의 안내는 생각할 단서를 주고, 뒤의 안내는 생각해서 얻을 답을 건네줍니다. 같은 칸을 열어도 내가 알아냈는지, 안내를 따랐는지에 따라 성취감은 달라질 수 있습니다.

게임 디자인에서 말하는 플레이어 주도권, 즉 에이전시(agency)도 이 차이를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습니다. 버튼을 내 손으로 누르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내가 판단한 대로 행동하고, 그 판단이 결과에도 영향을 준다고 느낄 수 있어야 합니다.

흔히 ‘핸드홀딩(handholding)’이라고 부르는 과도한 안내가 거슬리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아직 고민해보지도 않았는데 답이 나오면, 스스로 발견할 기회를 빼앗긴 셈입니다. 특히 추리와 탐색이 중심인 게임이라면 그 고민을 즐기려고 게임을 켰을 수도 있습니다.

친절은 얼마나 많으냐보다 언제 나오느냐가 중요합니다

그렇다고 설명을 무조건 줄인다고 좋은 게임이 되지는 않습니다. 숫자가 무엇을 뜻하는지도 모르는 초보자에게 아무 설명도 해주지 않는다면 불친절할 뿐입니다. 한곳에서 오래 막혀 흥미를 잃은 사람은 구체적인 힌트를 받고 다시 해볼 마음이 생길 수도 있습니다.

저는 이때 언제 얼마나 도움을 받을지 누가 정하는가를 중요하게 봅니다.

규칙 설명은 필요할 때 쉽게 찾아볼 수 있어야 합니다. 풀이 힌트는 플레이어가 요청하면 보여주고, 그것만으로도 어렵다면 좀 더 구체적인 도움을 고를 수 있게 하면 좋겠습니다. 처음부터 정답을 보여주기보다, 얼마나 막혔는지에 맞춰 도움을 조금씩 늘리는 방식입니다.

물론 매번 설정 화면을 열어야 한다면 도움을 고르는 일부터 번거로워집니다. 게임을 하다가 간단히 힌트를 요청하고, 충분히 알겠으면 거기서 멈출 수 있어야 합니다. 한 번 도움을 받았다고 그다음 판단까지 게임이 계속 대신할 필요는 없습니다.

저는 ‘Triple-A Minesweeper’라는 발상을 보며 이 점을 생각하게 됩니다. 안내를 따라 얼마나 빨리 끝냈는지만 볼 게 아니라, 끝내는 동안 플레이어가 무엇을 스스로 알아냈는지도 살펴봐야 한다고요.

막힌 곳을 넘기도록 도왔더라도, 그다음에 발견할 것은 플레이어에게 남겨두면 좋겠습니다. 안내대로 움직여 끝냈을 때보다 잠깐 헤맨 끝에 “아, 이거구나” 하고 알아냈을 때의 짜릿함이 더 오래 기억에 남기도 하니까요.

게임 디자인 지뢰찾기 플레이어 주도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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