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aS 4분 소요

모두 같은 AI를 쓴다면, SaaS는 무엇을 팔아야 할까?

핵심 요약

  • 같은 AI 모델을 쓰더라도 실제 업무를 얼마나 잘 마무리하느냐에 따라 서비스의 가치는 달라질 수 있습니다.
  • 모델을 감싼 구조가 경쟁력이 있는지는 데이터 연결과 실행 권한, 예외 처리를 살펴봐야 알 수 있습니다.
  • 쌓아둔 데이터가 경쟁력이 되려면 다음 업무를 더 잘 처리하는 데 쓰여야 합니다.
  • 성과에 따라 요금을 받으려면 무엇을 성공으로 볼지 고객과 합의할 수 있어야 합니다.

SaaS에 AI를 붙일 때는 대개 성능부터 따집니다. 그런데 경쟁사도 같은 모델을 쓸 수 있다면, 그다음에는 가격을 묻게 됩니다. 고객은 왜 이 서비스에 매달 돈을 내야 할까요?

1. 모델을 감싼 서비스라고 다 같은 사업은 아닙니다

AI 모델에 질문을 보내고 답변을 보여주는 서비스가 있습니다. 그 답변을 바탕으로 실제 업무까지 처리하는 서비스도 있습니다. 둘 다 모델을 쓰지만 고객을 위해 하는 일의 범위는 다릅니다.

예를 들어 고객이 “주문을 취소하고 싶어요”라고 문의했다고 해보죠. 답변 초안을 만드는 기능으로는 취소 절차를 안내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취소하려면 주문 상태를 확인하고 취소 조건에 맞는지 따져봐야 합니다. 결제 시스템에 요청을 보내고, 처리가 실패하면 담당자에게 넘기는 절차도 필요합니다.

이렇게 모델 주변에서 데이터와 도구를 연결하고 실행 절차를 묶어놓은 구조를 여기서는 하네스(harness)라고 부르겠습니다. 모델이 일을 할 수 있도록 붙여놓은 작업 장치라고 보면 됩니다.

“결국 모델을 감싼 것 아닌가요?”라는 질문만으로는 사업의 가치를 판단하기 어렵습니다. 그 구조가 고객의 업무를 어디까지 맡아주는지 살펴봐야 합니다.

물론 연결 기능이 많다고 바로 경쟁력이 생기지는 않습니다. 경쟁사가 쉽게 따라 만들 수 있는 연결이라면, 고객이 그 서비스를 계속 선택할 이유도 약합니다.

2. 경쟁력은 정상 작동할 때보다 예외 상황에서 드러납니다

시연에서는 주문 취소가 한 번에 끝납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이미 배송을 시작한 주문일 수도 있고, 일부 상품만 취소해야 할 수도 있습니다. 결제 시스템이 응답하지 않는 경우도 생깁니다.

이런 상황을 처리하려면 구체적인 판단 기준이 있어야 합니다.

  • 어떤 요청까지 자동으로 처리할 것인가.
  • 어떤 경우에 사람의 승인을 받을 것인가.
  • 실패한 요청을 다시 실행해도 중복 처리가 생기지 않는가.
  • 문제가 생기면 처리 과정을 확인할 수 있는가.

이런 규칙이 고객의 업무에 맞게 잡혀 있다면, 새로 도입할 서비스도 모델 성능에 더해 같은 운영 요건까지 갖춰야 합니다. 이때 교체 비용이 생길 수 있습니다. 새 서비스에서도 권한을 설정하고 예외 처리가 제대로 되는지 검증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렇다고 설정이 복잡하다는 이유만으로 경쟁사를 막을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고객이 매번 설정을 고치느라 고생한다면, 그 복잡함 때문에 서비스를 떠날 수도 있습니다.

그동안 정리해둔 규칙과 연결이 고객의 수고를 얼마나 줄여주는지가 중요합니다. 고객은 관리에 덜 신경 써도 되고, 경쟁사는 그만큼의 편의를 제공하려면 같은 규칙과 연결을 갖춰야 하는 구조여야 합니다.

3. 데이터가 쌓이는 것과 경쟁력이 쌓이는 것은 다릅니다

“사용자가 늘면 데이터가 쌓인다”는 설명에는 빠진 부분이 있습니다. 그렇게 쌓인 데이터로 다음 작업을 어떻게 더 잘할 수 있는지가 보이지 않습니다.

상담 기록을 많이 보관한다고 저절로 좋은 답변이 나오지는 않습니다. 오래된 정책이나 잘못된 안내가 섞여 있다면 오히려 같은 오류를 반복할 수 있습니다.

앞서 든 취소 사례라면 더 유용한 기록은 따로 있습니다. 어떤 요청이 승인됐고 어떤 처리가 나중에 취소됐는지, 담당자는 무엇을 수정했는지 알 수 있는 기록입니다. 이런 결과를 바탕으로 작업을 평가하고 개선한다면 비슷한 요청에서 같은 실수를 줄일 수 있습니다.

다만 고객별 데이터를 실제로 쓸 수 있는지는 따져봐야 합니다. 한 고객의 업무에서 배운 규칙이 다른 고객에게도 통하는지도 확인해야 합니다. 회사마다 취소 정책이 다르면 같은 사례라도 정답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데이터가 경쟁사의 추격을 막는 데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 보려면 이렇게 물어보는 편이 낫습니다.

“이 서비스를 1년 쓴 고객은 첫날보다 무엇을 더 잘 처리하게 되나요?”

답이 “기록이 많아집니다”에 그친다면, 그 데이터가 어떻게 경쟁력이 되는지는 아직 설명하지 못한 셈입니다.

4. 고객이 돈을 내는 단위와 서비스의 비용은 맞물려야 합니다

AI가 업무 일부를 맡는 서비스라면 무엇을 기준으로 요금을 받을지 고민하게 됩니다. 좌석 수로 받을 수도 있고, 사용량이나 처리 성과에 따라 받을 수도 있습니다. 어느 쪽이든 장단점이 있습니다.

좌석 요금은 고객이 예산을 예상하기 쉽고, 사용량 요금은 처리량에 따라 청구할 수 있습니다. 성과 요금을 택하면 고객이 얻는 결과에 더 가깝게 가격을 매길 수 있습니다.

그런데 무엇을 성과로 볼지 정하는 일부터 만만치 않습니다. 고객 문의에 답변을 보냈으면 해결한 것일까요? 고객이 다음 날 같은 문제로 다시 문의했다면 어떻게 계산해야 할까요?

절감 효과도 마찬가지입니다. 가령 월 1,000건의 업무에서 건당 처리 시간을 5분에서 2분으로 줄였다고 해보겠습니다. 계산상 절약한 시간은 월 50시간입니다. 하지만 결과를 검토하고 오류를 고치는 시간을 빼놓았다면 실제로 절약한 시간은 이보다 적습니다.

공급자도 비용을 따져봐야 합니다. 어려운 한 건을 해결하느라 모델을 여러 번 호출하고 사람까지 개입하면, 같은 성과 요금을 받아도 남는 금액은 달라집니다. 가격표만 바꾼다고 사업성이 좋아지지는 않습니다.

고객에게 보여줘야 할 것도 답변을 몇 번 생성했느냐보다 업무가 얼마나 수월해졌느냐입니다. 이를 확인하려면 처리 시간이 얼마나 줄었는지 봐야 합니다. 재작업이나 사람에게 넘기는 비율도 고객이 효과를 판단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같은 모델을 쓰는 경쟁사가 등장해도 고객이 계속 돈을 낼 이유는 그 서비스가 업무를 얼마나 잘 이해하고 끝내주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모델이 더 똑똑해지면 그 능력이 고객의 실제 성과로 이어지도록 서비스도 나아져야 합니다. 내일 AI 모델을 바꾸더라도 고객이 이 SaaS를 계속 쓸 이유가 있는지 살펴봐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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