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포스터는 정말 형편없을까: 동네 행사에 디자인의 값을 묻다
핵심 요약
- 포스터가 취향에 맞는지와 정보를 잘 전하는지는 따로 평가해야 합니다.
- AI가 얼마나 저렴한지는 실제로 선택할 수 있는 다른 제작 방식과 비교해야 알 수 있습니다.
- 행사의 개성은 화려한 그림보다 구체적인 장소와 사람의 이야기에서 드러납니다.
- 제작 비용을 따질 때는 이미지를 만든 뒤 편집하고 검수하는 데 드는 비용까지 포함해야 합니다.
동네 행사 포스터를 AI로 만든다고 하면 반응이 갈립니다. 어색한 그림부터 떠올리는 사람도 있고, 부족한 예산으로 홍보물을 만들 방법이 생겼다고 반기는 사람도 있을 겁니다. 문장을 입력해 이미지를 만들 수 있게 된 지금, 작은 행사에 어느 정도의 디자인을 기대할 수 있을까요. 그 비용은 누가 부담해야 할지도 함께 생각해볼 문제입니다.
‘별로다’라는 말부터 나눠보겠습니다
가상의 동네 책 교환 행사 포스터가 하나 있습니다. 책들이 공중에 떠 있고, 배경에는 반짝이는 빛이 가득합니다. 그런데 정작 행사 날짜는 작게 적혀 있고, 책을 몇 권까지 가져와도 되는지는 나와 있지 않습니다.
이 포스터를 보고 별로라고 느꼈더라도 이유는 다를 수 있습니다. 떠다니는 책과 반짝이는 배경이 마음에 들지 않는 건 취향의 문제입니다. 날짜를 찾기 어렵고 참여 조건이 빠진 건 정보 전달의 문제입니다.
취향은 사람마다 다릅니다. 하지만 행사에 가려는 사람이 필요한 정보를 얻을 수 있는지는 직접 확인할 수 있습니다. 행사 시간과 장소를 쉽게 찾을 수 있는지 살펴보고,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도 나와 있는지 확인하면 됩니다.
AI로 만들었다는 이유만으로 포스터의 완성도를 판단할 수는 없습니다. 어느 부분이 어색한지, 그 때문에 실제로 무엇이 불편해지는지 짚어야 합니다. 그래야 포스터를 두고 좀 더 구체적인 이야기를 할 수 있습니다.
비교 상대는 행사 예산에 따라 달라집니다
주민 몇 명이 작은 행사를 준비한다고 해보겠습니다. 디자인에 쓸 별도 예산은 없고, 담당자는 퇴근 후에 홍보물을 만들어야 합니다. 직접 문서를 만들거나 무료 템플릿을 쓸 수도 있고, 지인의 도움을 받거나 AI로 이미지를 만들 수도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AI 포스터를 전문 디자이너가 충분한 시간을 들여 만든 결과물과만 비교하면 담당자의 고민을 놓치기 쉽습니다. 당장 홍보물을 만들어야 하는 사람에게는 “우리의 시간과 예산으로 어떤 홍보물을 완성할 수 있나”라는 질문이 더 절실합니다.
다만 예산이 있는 조직이 제작비를 줄이려고 AI를 쓴다면 계산이 달라집니다. 기존에 맡기던 기획과 편집을 내부 담당자가 하게 된다면, 그 일을 처리하는 시간도 비용으로 계산해야 합니다. 외주비가 줄었다고 전체 작업량도 줄었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저렴한 디자인에도 가치는 있습니다. 다만 가격을 비교할 때는 그 돈으로 어디까지 작업해주는지 함께 따져봐야 합니다.
비슷한 포스터에서 빠지는 것은 무엇일까요
“따뜻하고 감성적인 동네 축제 포스터”를 주문했다고 해보겠습니다. 원하는 분위기는 짐작할 수 있지만, 어느 동네에서 무엇을 하는 행사인지는 알 수 없습니다. 이 정도 설명만으로는 사람이든 AI든 행사의 특징을 제대로 잡기 어렵습니다.
장소가 오래된 세탁소 앞 골목이라고 하면 그림을 그릴 단서가 생깁니다. 주민들이 가져온 의자에 앉고 동네 서점 주인이 책을 추천한다는 내용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런 정보는 그림의 소재로 쓸 수도 있고, 포스터에서 가장 크게 적을 문장이 될 수도 있습니다.
저는 디자인이 다 비슷해진다는 이야기를 할 때 다른 행사 이름으로 바꿔도 그대로 쓸 수 있는가를 기준으로 삼고 싶습니다. 이름만 갈아 끼워도 아무 문제가 없다면, 그 포스터에 행사의 특징을 충분히 담지 못했을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모든 홍보물이 독창적인 작품이어야 할 필요는 없습니다. 정기 모임처럼 익숙한 형식을 그대로 쓰는 편이 편리할 때도 있습니다. 어디에 개성을 살리고, 어떤 부분은 반복해서 써도 괜찮을지 가려내면 됩니다.
그림을 얻은 뒤에도 디자인은 계속됩니다
이미지 한 장을 만들었다고 행사 포스터가 완성되는 건 아닙니다. 포스터에 담을 정보 가운데 무엇을 먼저 보여줄지 정해야 합니다. 작은 휴대전화 화면에서도 제목과 날짜가 잘 읽혀야 하고요.
예를 들어 AI로 배경 그림을 만든 다음, 편집 도구에서 행사명과 일정을 따로 배치할 수 있습니다. 장식이 글자를 가리면 덜어내고, 장소 설명이 길면 주소와 찾아오는 방법을 나눠 적는 식입니다. 이 과정에서는 어떤 정보를 먼저 보여줄지 판단할 수 있어야 합니다.
나중에 수정할 일도 생각해야 합니다. 장소가 바뀌면 해당 문구만 쉽게 고칠 수 있는지, 인쇄할 크기로 봐도 글자가 선명한지 확인해야 합니다. 이미지를 생성하는 데 걸린 시간에 편집과 검수 시간까지 더해야 실제 제작 비용을 알 수 있습니다.
저는 작은 행사가 감당할 수 있는 비용으로 필요한 정보를 잘 전할 수 있다면 AI 포스터에도 가치가 있다고 봅니다. 그 행사만의 구체적인 이야기까지 담겨 있으면 더 좋겠습니다. 동네에서 포스터를 볼 때도 그 한 장에 행사에 참여할 만큼 충분한 정보가 담겨 있는지 살펴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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