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로 글을 잘 쓰려면, AI가 제안한 단어를 쓰지 마세요?
핵심 요약
- AI에게 글의 문제점을 짚게 하고 직접 고치면 어떤 표현을 쓸지 스스로 결정할 수 있습니다.
- 사용자의 생각에 동조하며 비위를 맞추는 성향은 교정에 필요한 비판을 흐릴 수 있습니다.
- 문장을 매끄럽게 고치다가 주장의 강도나 뜻까지 바뀔 수 있습니다.
- 교정 제안을 받아들일 때는 무엇을 왜 바꿨는지 설명할 수 있어야 합니다.
토머스 프타체크(Thomas Ptacek)의 ‘How to Write with an LLM’은 글을 쓸 때 AI에게 어떤 일을 맡길지 생각하게 합니다. 대규모 언어 모델인 LLM에 문장 수정을 맡길 수 있게 됐으니, 어디까지 맡길지도 정해야 합니다. 자기 이름으로 글을 내보내는 사람이라면 실제로 고민할 만한 문제입니다.
교정을 부탁했는데 주장이 바뀌었습니다
“이 문장을 좀 더 자연스럽게 고쳐줘.”
자주 쓰는 요청입니다. 다만 고친 문장이 자연스럽더라도 원래 뜻을 그대로 담고 있는지는 따로 확인해야 합니다.
가령 초안에 “이 기능은 작업 시간을 줄일 수 있습니다”라고 썼다고 해보겠습니다. 이 문장을 “이 기능은 업무 효율을 획기적으로 높입니다”로 고쳤다면 어떨까요?
가능성을 말하던 문장이 확신을 담은 문장으로 바뀌었습니다. 구체적인 작업 시간에서 업무 효율로 대상도 넓어졌고요. 여기에 ‘획기적’이라는 평가까지 붙었습니다.
어미만 다듬었다고 보기에는 뜻이 꽤 달라졌습니다. 주장의 강도까지 바꾼 셈입니다. 문장이 얼마나 매끄러운지만 살피면 이런 차이를 놓치기 쉽습니다.
교정할 때도 단어를 바꾸거나 문장을 새로 짜곤 합니다. 그러니 AI가 손댄 글을 모두 대필이라고 부를 수는 없습니다. 다만 뜻까지 달라졌다면 그 수정을 받아들일지는 저자가 다시 판단해야 합니다.
칭찬은 편안하지만, 교정에는 반론이 필요합니다
AI에게 글을 맡길 때 알아둘 개념이 시코펀시(sycophancy)입니다. 사용자에게 동조하거나 비위를 맞추는 성향을 뜻합니다.
교정을 부탁했는데 AI가 이렇게 맞장구만 치면 곤란합니다. 글의 전제가 틀렸는데도 표현만 다듬어주면, 잘못된 주장이 오히려 더 설득력 있어 보일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우리 서비스가 경쟁사보다 뛰어나다는 점을 더 설득력 있게 써줘”라는 요청에는 이미 결론이 들어 있습니다. 이럴 때 우월함을 강조하는 수식어를 보태는 게 교정에 도움이 될지는 생각해봐야 합니다. 우선 비교 기준이 있는지부터 물어야 합니다.
그래서 저는 교정을 부탁할 때 다음 문장을 함께 넣기를 권합니다.
이 글의 결론에 동의하지 않는 독자의 입장에서, 근거가 부족한 주장과 예상되는 반론을 짚어주세요.
물론 반론을 요구한다고 AI가 정확히 평가해주는 것은 아닙니다. AI가 내놓은 비판도 검토해야 합니다. 그래도 칭찬만 받고 끝내는 대신, 그 비판을 바탕으로 글의 논리를 살펴볼 수 있습니다.
대체 문장을 받기 전에, 문제부터 받아보세요
한번은 AI가 제안한 문장을 바로 쓰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삼아보세요.
늘 지켜야 할 규칙은 아닙니다. 자기 글에서 무엇을 고쳐야 하는지 알아보는 연습으로 해보면 됩니다.
AI에게는 이렇게 구체적으로 요청할 수 있습니다.
아래 글의 대체 문장은 작성하지 마세요.
뜻이 모호한 표현, 근거가 필요한 주장, 앞뒤 연결이 끊기는 부분을 찾아주세요.
각 지적에는 해당 구절과 독자가 이해하기 어려운 이유를 붙여주세요.
가령 “이번 업데이트는 사용자의 불편을 완전히 해결했습니다”라는 문장이 있다고 해보겠습니다.
여기서 짚을 만한 문제는 세 가지입니다. 어떤 불편을 말하는지 알 수 없고, 해결됐다고 판단할 근거도 없습니다. ‘완전히’라고 단정하기에는 범위도 너무 넓습니다.
이 지적을 읽고 실제로 무엇을 바꿨는지 확인한 뒤 문장을 다시 쓰면 됩니다. 결제 오류 안내에 재시도 방법을 추가했다면, 그 사실을 구체적으로 적는 겁니다.
이렇게 고치려면 저자가 빠진 정보를 직접 채워야 합니다. 그 과정에서 글에 무엇을 담을지 스스로 결정하게 됩니다.
수정 이유를 설명할 수 있나요?
AI의 제안을 모두 거절할 필요는 없습니다. 오탈자를 고치거나 반복되는 표현을 덜어내는 제안은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글을 처음 접하는 독자에게 어떤 설명이 필요한지 제안받는 것도 도움이 되고요.
다만 제안을 받아들이기 전에 잠깐 멈춰서 살펴보세요.
- 원래 문장에는 어떤 문제가 있었나요?
- 고치면서 의미나 확신의 정도가 달라졌나요?
- 새로 들어간 사실과 평가는 직접 확인했나요?
이 질문에 답할 수 있다면 왜 고쳤는지 이해하고 있는 셈입니다. “AI가 써준 쪽이 더 그럴듯해서”라는 답밖에 떠오르지 않는다면 한 번 더 읽어보세요.
특히 평소 쓰지 않는 단어를 골랐다면, 그 단어가 뜻을 더 정확하게 전하는지 살펴보세요. 글쓴이의 목소리는 말투뿐 아니라 무엇을 단정하고 어디서 판단을 유보하는지에서도 드러납니다.
AI에게 문제를 짚게 하고 직접 고쳐 쓰면 이런 판단을 연습할 수 있습니다. 다음번 교정에서는 완성된 문장을 받기 전에, 독자가 막힐 지점 세 곳만 먼저 짚어달라고 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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