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런슈워츠 4분 소요

애런 슈워츠는 기소됐고, 메타는 책 8천만 권을 토렌트로 받았습니다

2013년 1월, 스물여섯 살의 프로그래머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죄목은 MIT 네트워크에 접속해 학술 논문을 대량으로 내려받았다는 것. 검찰이 들이민 형량은 최대 35년이었습니다. 그로부터 12년이 지났습니다. 메타는 저작권이 살아있는 도서 수백만 권을 토렌트로 내려받아 AI를 학습시켰고, 법원은 상당 부분 메타 편을 들었습니다. 같은 ‘무단 수집’인데 결말이 왜 이렇게 다를까요.

애런 슈워츠가 실제로 한 일

애런 슈워츠는 RSS 규격 1.0을 공동으로 썼고, 레딧 초기 개발자였고,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설계에도 참여했습니다. 열네 살에 RSS 표준 문서에 이름을 올린 조숙한 개발자였고, 정보 공개 운동가이기도 했습니다.

2010년 말 그는 MIT 캠퍼스 네트워크에 노트북을 연결해 학술 데이터베이스 JSTOR에서 논문을 자동으로 내려받는 스크립트를 돌렸습니다. 받은 논문은 약 480만 편. 당시 MIT는 캠퍼스 안에서 접속하는 사람 누구에게나 JSTOR 이용 권한을 열어뒀습니다. 접근 권한 자체는 합법이었다는 뜻입니다. 걸린 건 속도와 규모였습니다.

빠뜨리면 안 되는 대목이 있습니다. 슈워츠는 받은 논문을 단 한 편도 배포하지 않았습니다. 피해 당사자인 JSTOR는 민사 소송을 취하했고 더 이상 문제 삼지 않겠다고 했습니다. 그런데도 연방 검찰은 기소를 밀어붙였습니다.

13개 혐의와 35년형, 낡은 법 CFAA

검찰이 꺼내 든 법은 1986년에 만든 컴퓨터 사기 및 남용 방지법(CFAA)입니다. 인터넷이 대중화되기도 전에 생긴 법인데, ‘권한 없는 접근’을 폭넓게 처벌합니다. 그 ‘권한 없음’이 무엇인지가 지나치게 모호한 게 문제였습니다.

검찰은 처음에 4개 혐의로 시작했다가 나중에 13개로 늘렸습니다. 합산 최대 형량 35년, 벌금 100만 달러. 유죄 인정 협상을 거부하니까 형량을 올렸다는 비판이 뒤따랐습니다. 슈워츠는 2013년 1월 11일 브루클린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재판을 3개월 앞둔 시점이었습니다.

이 사건 이후 CFAA를 고치자는 논의가 시작됐습니다. ‘애런의 법’이라 불린 개정안은 통과되지 못했습니다. 대신 2021년 미국 연방대법원이 반 뷰런 판결에서 CFAA를 좁게 해석해야 한다고 판시했습니다. 슈워츠가 죽고 8년 뒤였습니다.

메타가 실제로 한 일

2025년에 공개된 소송 문서에 이런 내용이 나옵니다. 메타는 라마(Llama) 모델을 학습시키려고 LibGen과 Anna’s Archive 같은 해적판 도서 아카이브에서 데이터를 긁어왔습니다. 최소 수백만 권, 일부 추정으로는 문서 8천만 건이 넘습니다.

핵심은 방법입니다. 토렌트는 내려받으면서 동시에 다른 사용자에게 조각을 나눠주는 구조입니다. 다운로드와 업로드가 동시에 일어난다는 얘기입니다. 내부 문서를 보면 직원들이 “회사 IP로 토렌트를 돌리는 게 법적으로 괜찮은지” 걱정한 흔적이 있고, 시딩(업로드) 기록을 줄이려 한 정황도 나옵니다.

저작권법으로 따지면 이건 슈워츠 쪽보다 무겁습니다. 슈워츠는 합법적으로 접근할 수 있는 자료를 빠르게 받았고 배포는 안 했습니다. 메타는 대놓고 해적판 소스에서 받았고, 프로토콜 특성상 재배포까지 했습니다.

법원은 왜 다르게 판단했나

2025년 6월 캘리포니아 북부지방법원 빈스 차브리아 판사는 카드레 대 메타(Kadrey v. Meta) 사건에서 메타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다만 판결문을 읽어보면 이야기가 조금 복잡합니다.

법원은 AI 학습에 저작물을 쓰는 게 변형적 이용(transformative use)이라고 봤습니다. 소설을 읽고 문체를 배우는 것과 비슷하다는 논리입니다. 그런데 차브리아 판사는 원고 측이 ‘시장 희석’ 논증을 제대로 펴지 못해서 진 것이라고 판결문에 못 박아뒀습니다. 다른 소송에서 더 나은 증거가 나오면 결론이 달라질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비슷한 시기 앤트로픽 관련 판결에서 윌리엄 알섭 판사는 선을 더 분명하게 그었습니다. 합법적으로 산 책을 스캔해 학습에 쓰는 건 공정 이용, 해적판을 받아 라이브러리에 쟁여두는 건 별개의 침해. 학습 행위와 취득 행위를 떼어서 본 겁니다. 이 논리를 슈워츠 사건에 대입하면 그 다운로드도 ‘취득’ 단계에서 문제가 됩니다. 그래도 형사 35년형은 과잉입니다.

진짜 차이는 여기 있습니다. 슈워츠에게 적용된 건 형법이고, 빅테크에 적용되는 건 민사 저작권법입니다. 형사 기소는 검사가 재량으로 합니다. 개인에게는 감옥이, 기업에는 합의금 청구서가 가는 갈림길이 어디쯤인지는 짚어볼 문제입니다.

비대칭의 진짜 이름

기술 커뮤니티가 이 대비를 자꾸 꺼내 드는 이유는 단순합니다. 규칙이 다른 게 아니라 규칙을 감당할 능력이 다릅니다.

메타에는 법무팀이 있고 수십억 달러짜리 소송 예산이 있습니다. 패소해도 회사가 망하지 않습니다. 앤트로픽이 작가들과 15억 달러 규모로 합의했다는 소식이 나왔을 때 업계 반응은 “비싸다"가 아니라 “그 정도면 사업 비용"에 가까웠습니다. 슈워츠에게 재판은 파산이었고 전과였고 인생이 무너지는 일이었습니다.

또 하나. 슈워츠가 하려던 건 세금으로 만든 연구를 공공에 돌려주는 일이었습니다. 돈이 되는 일이 아니었습니다. 메타가 하는 건 조 단위 가치의 상품을 만드는 일입니다. 법은 후자에 더 너그러웠습니다. 돈이 되는 침해에는 ‘혁신’이라는 이름이, 돈이 안 되는 침해에는 ‘범죄’라는 이름이 붙습니다.

지금 남은 질문

12년 전 비극으로만 소비하면 놓치는 게 있습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웹 스크래핑을 하는 연구자, 데이터 저널리스트, 소규모 스타트업이 있습니다. CFAA나 이용약관 위반으로 걸릴 위험은 그대로입니다. AI 학습이라는 명분이 있는 쪽만 안전지대로 들어갔습니다.

덧붙이면, 이 글은 공개된 판결문과 소송 문서를 근거로 썼습니다. 관련 소송 상당수가 아직 진행 중이라 결론이 바뀔 여지가 있습니다.

같은 행위에 다른 이름이 붙을 때, 그 이름은 누가 정할까요. 다음에 기소되는 사람이 어느 쪽에 서 있을지도 거기서 갈립니다.

애런슈워츠 저작권 AI학습데이터 메타 빅테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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