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jo 4분 소요

3년 만에 열린 Mojo, 그런데 하필 퀄컴 품에서 — CUDA 해자는 흔들릴까

먼저 솔직하게 말씀드립니다. 이번 주제는 커뮤니티 데이터가 유난히 얇습니다. 최근 30일 내 레딧 스레드가 사실상 잡히지 않았고, X 데이터도 인증 문제로 확보하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이 글은 여론 스냅숏이라기보다, 지난 3년간 쌓인 맥락 위에서 이번 사건이 무슨 뜻인지 따져보는 글에 가깝습니다. 수치가 나오는 대목은 공개된 사실만 인용하고, 제 해석은 해석이라고 밝히겠습니다.

3년을 끌었던 약속

Mojo는 2023년 5월 처음 세상에 나왔습니다. 만든 사람이 크리스 래트너(Chris Lattner)라는 것만으로도 화제가 됐죠. LLVM을 만들고 Swift를 만들고 구글에서 MLIR까지 만든 사람입니다. 컴파일러 업계에서 이 정도 이력이면 사실상 전설입니다.

공개 당시 내세운 캐치프레이즈는 단순했습니다. “파이썬의 문법으로, C의 속도를.” 파이썬 개발자가 익숙한 문법을 그대로 쓰면서 GPU 커널까지 짤 수 있게 하겠다는 겁니다. AI 개발자 대부분이 파이썬으로 일하지만 성능이 필요한 순간 CUDA C++로 내려가야 하죠. 그 두 언어 문제를 없애겠다는 야심이었습니다.

문제는 그다음이었습니다. 모듈러는 “언젠가 오픈소스로 풀겠다"고 반복해서 말했지만, 핵심 컴파일러는 계속 닫혀 있었습니다. 표준 라이브러리 일부만 2024년에 아파치 라이선스로 풀렸죠. 커뮤니티는 이 대목에서 꾸준히 불만을 냈습니다. “오픈소스 하겠다면서 왜 3년째 말만 하냐"는 반응이 해커뉴스 스레드마다 따라붙었습니다.

그래서 이번 전면 공개는 3년 묵은 약속을 드디어 지킨 겁니다. 다만 지킨 시점이 묘합니다.

인수 직후라는 타이밍

퀄컴은 2025년 하반기 모듈러 인수를 발표했습니다. 오픈소스 전환은 그 직후에 나왔습니다. 이 순서가 중요합니다.

독립 스타트업이었던 모듈러에게 Mojo는 수익원이었습니다. MAX 플랫폼이라는 상용 추론 엔진을 팔아야 했으니 컴파일러를 닫아두는 게 자연스러운 사업 판단이었죠. 그런데 퀄컴에 인수되는 순간 계산식이 바뀝니다. 퀄컴은 컴파일러를 팔아서 돈을 벌 회사가 아닙니다. 칩을 팔아서 돈을 법니다.

칩 회사에게 컴파일러는 상품이 아니라 미끼입니다. 개발자가 내 칩에서 코드를 짜게 만드는 도구죠. 그렇게 보면 소스를 닫아두는 건 오히려 손해입니다. 채택률이 떨어지니까요. 퀄컴이 원하는 건 Mojo 라이선스 매출이 아니라, Mojo로 짠 코드가 스냅드래곤과 클라우드 AI100 계열 가속기에서 잘 도는 세상입니다.

그러니까 이번 오픈소스화는 “드디어 약속을 지켰다"보다 “약속을 지키는 게 이제 이득이 됐다"에 가깝습니다. 냉소적으로 들릴 수 있지만 오픈소스 역사에서 흔한 패턴입니다. 구글이 안드로이드를 연 이유도, 메타가 파이토치와 라마를 연 이유도 같은 논리였습니다. 남의 플랫폼에 종속되느니 내가 판을 깔겠다는 겁니다.

CUDA 해자의 실제 두께

그럼 본론입니다. 이게 엔비디아를 위협할까요?

사람들은 CUDA의 강함을 자주 오해합니다. CUDA가 “빠른 언어"라서 강한 줄 알죠. 아닙니다. 진짜 힘은 그 위에 쌓인 18년치 축적물입니다. cuDNN, cuBLAS, NCCL, TensorRT 같은 라이브러리. 스택오버플로에 쌓인 수십만 개의 질문과 답변. 논문 저자가 공개한 레퍼런스 구현이 거의 항상 CUDA인 현실. 무엇보다, 문제가 생겼을 때 물어볼 사람이 회사 안에 이미 있다는 점.

Mojo가 파이썬 문법으로 GPU 커널을 짜게 해준다고 이 축적물이 사라지지 않습니다. 새로 짜야 합니다. 그리고 새로 짠 게 기존 것만큼 빠르고 안정적이라는 걸 증명해야 합니다. 언어 설계 문제가 아니라 시간과 인력 문제입니다.

다만 Mojo가 겨냥하는 지점은 조금 다릅니다. 엔비디아 GPU에서 CUDA를 대체하겠다는 게 아니라, 엔비디아가 아닌 칩에서 쓸 만한 물건을 만들겠다는 쪽입니다. 여기서는 승산이 있습니다. AMD ROCm이 몇 년째 “곧 쓸 만해진다"를 반복하는 동안, 비엔비디아 진영에는 제대로 된 통합 프로그래밍 모델이 없었습니다. 퀄컴도 AMD도 인텔도, 각종 AI 스타트업 칩도 각자 자기 툴체인을 만들고 있죠. 이 파편화가 엔비디아의 가장 큰 자산입니다.

여기서 MLIR 기반이라는 점이 한몫합니다. MLIR은 여러 하드웨어 타깃으로 코드를 내려보내려고 설계한 중간 표현입니다. 래트너가 구글에서 만든 그 물건이고, Mojo는 처음부터 그 위에 얹혀 있습니다. 이론적으로는 같은 Mojo 코드가 엔비디아 GPU, 퀄컴 NPU, AMD GPU에서 다 돌아야 합니다. 이론적으로는요.

개발자가 실제로 물어보는 것

기술이 우아하다고 채택되는 건 아닙니다. 개발자가 새 언어를 볼 때 던지는 질문은 훨씬 건조합니다.

첫째, 파이썬 생태계와 얼마나 붙나. Mojo는 파이썬 상위집합을 지향한다고 했지만, 실제로는 아직 파이썬 코드를 그대로 받아들이지 못합니다. 파이썬 모듈을 호출하는 인터롭은 되지만, 그건 넘파이를 파이썬에서 부르는 것과 다르지 않습니다. “파이썬을 아는 사람이 바로 쓸 수 있다"는 약속과 현실 사이가 아직 뜹니다.

둘째, 누가 유지보수하나. 이제 답은 퀄컴입니다. 그런데 안심되는 만큼 불안하기도 합니다. 자금은 확보됐지만 퀄컴의 우선순위가 바뀌면 프로젝트도 흔들립니다. 대기업이 인수한 개발자 도구가 몇 년 뒤 조용히 방치되는 걸 우리는 충분히 봤습니다.

셋째, 라이선스가 진짜 열려 있나. 아파치 2.0 같은 표준 오픈소스 라이선스인지, 아니면 “소스는 보이지만 경쟁사는 못 쓴다"는 식의 소스 공개형(source-available) 라이선스인지가 결정적입니다. AMD나 인텔이 Mojo 백엔드를 자기 칩에 붙일 수 있느냐가 여기서 갈립니다. 퀄컴이 자사 하드웨어에 유리한 조건을 걸어뒀다면, Mojo는 “CUDA의 대안"이 아니라 “퀄컴판 CUDA"가 될 뿐입니다.

이 세 번째가 이번 사건의 진짜 관전 포인트라고 봅니다.

그래서 무엇을 봐야 하나

지금 Mojo의 성패를 점치기는 이릅니다. 대신 앞으로 6개월 안에 확인할 수 있는 신호는 있습니다.

퀄컴 외 하드웨어 벤더가 백엔드 기여를 시작하는지. 주요 오픈소스 모델의 커널이 Mojo로 포팅되기 시작하는지. 파이썬 호환성 로드맵에 구체적인 날짜가 붙는지. 이 셋 중 하나라도 움직이면 진짜입니다. 셋 다 조용하면, 3년을 기다린 오픈소스화는 결국 퀄컴의 개발자 유치 마케팅으로 남습니다.

개인적으로는 CUDA 해자가 이번 일로 흔들릴 거라고 보지 않습니다. 해자를 만드는 건 코드가 아니라 습관과 사람이니까요. 다만 엔비디아 아닌 칩을 쓰려는 회사에게 선택지가 하나 생긴 건 분명합니다. 그 선택지가 얼마나 진지한지는 퀄컴이 자기 칩만 챙길지, 아니면 정말 판을 깔지에 달려 있습니다.

지금 새 프로젝트에 Mojo를 넣어보시겠습니까, 아니면 파이썬 호환이 완성될 때까지 기다리시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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