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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이 EU에 또 문을 열었습니다 — 앱스토어가 '지역별'로 쪼개지는 시대

앱스토어 이야기를 하려면 이제 “어느 나라 앱스토어냐"부터 물어야 합니다. 애플이 EU 디지털시장법(DMA) 대응으로 앱 정책을 또 손봤거든요. 그런데 이게 ‘개방’이냐 ‘재포장’이냐를 두고 개발자들 평가가 딱 반으로 갈립니다.

다만 미리 밝혀둘 게 있습니다. 이번 건은 커뮤니티 데이터가 얇습니다. 최근 30일 안에 이 문제를 정면으로 다룬 레딧 스레드를 찾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아래 내용은 실시간 여론 집계라기보다, 지난 2년간 DMA를 두고 되풀이돼온 구조와 개발자들 반응을 놓고 읽어낸 쪽에 가깝습니다. 숫자로 못을 박는 글은 아니라고 보시면 됩니다.

DMA가 애플에게 요구한 것, 그리고 애플이 실제로 준 것

DMA가 요구하는 건 간단합니다. 게이트키퍼로 지정된 플랫폼은 자사 유통 채널을 강제하지 말라는 것. 대체 앱마켓을 열고, 외부 결제로 유도하는 링크를 막지 말고, 기본 앱은 사용자가 고르게 하라는 주문입니다.

애플은 형식만 놓고 보면 이걸 다 지켰습니다. EU 지역 한정으로 대체 마켓플레이스가 열렸습니다. 웹에서 앱을 직접 배포하는 길도 생겼고 외부 결제 링크도 넣을 수 있습니다.

문제는 옆에 딸려온 조건입니다. 문을 열면서 요금표도 새로 짰거든요. 앱스토어 밖으로 나가도 애플에 낼 돈은 그대로 남습니다. 커뮤니티에서 이런 말이 계속 돕니다. “문은 열렸는데, 문틀에 계량기가 달려 있다.”

개발자들이 계산기를 두드려본 결과

EU 개발자들이 실제로 한 일은 이념 논쟁이 아니라 산수였습니다. 새 조건으로 갈아타면 남는 게 있는지 스프레드시트에 넣고 두들겨본 겁니다.

답은 대체로 비슷했습니다. 다운로드는 많은데 앱당 매출이 낮을수록 새 조건이 불리합니다. 설치 건당 물리는 성격의 비용은 무료 앱이나 프리미엄 전환율이 낮은 앱에 특히 아프게 박힙니다. 반대로 객단가가 높고 자체 결제 인프라를 이미 갖춘 대형 서비스는 계산이 맞아떨어집니다.

그래서 판이 위아래로 갈렸습니다. 스포티파이나 에픽처럼 애플과 싸울 체력이 있는 회사는 새 경로로 넘어갔습니다. 1인 개발자와 소규모 스튜디오는 대부분 기존 앱스토어에 그냥 남았고요. 규제가 열어준 선택지가 사실상 대기업 전용이 된 셈입니다.

커뮤니티가 가장 냉소적으로 반응한 대목도 여기입니다. “우리를 위한 규제라더니, 정작 우리는 쓸 수가 없다"는 말이 표현만 바꿔가며 계속 나왔습니다.

‘지역별 앱스토어’ 시대가 만드는 새로운 비용

정작 크게 달라진 건 수수료율이 아니라 앱스토어가 쪼개졌다는 점입니다.

지금 앱스토어는 하나가 아닙니다. EU에는 DMA 대응 정책이, 미국에는 판결 이후 조정된 외부 결제 링크 정책이, 일본에는 자국 경쟁법 대응 정책이 각각 붙어 있습니다. 허용되는 결제 방식도, 띄워야 하는 경고 문구도, 매겨지는 수수료도 나라마다 다릅니다.

개발자한테 이건 코드가 아니라 운영의 문제입니다. 결제 흐름을 지역별로 쪼개야 하고 지역마다 정책 변경을 따로 쫓아다녀야 합니다. 회계도 갈라지고요. 앱 하나 만드는 비용은 그대로인데 굴리는 비용만 지역 수만큼 불어납니다.

역설적이지만 이 복잡함을 감당할 수 있는 쪽도 결국 덩치 큰 회사입니다. 규제가 늘수록 준법 비용을 삼킬 수 있는 회사가 유리해진다는 얘기가 여기서도 그대로 맞아떨어집니다.

애플의 논리에도 일리는 있습니다

애플 주장을 통째로 무시하긴 어렵습니다. 앱스토어 수수료는 결제 대행료가 아니라 개발 도구, SDK, API, 배포 인프라, 심사 체계까지 통째로 쓰는 값이라는 겁니다.

이 논리를 따라가면, 개발자가 앱스토어 밖으로 나가도 iOS 위에 있는 한 그 가치를 계속 쓰는 셈입니다. 그러니 따로 요금을 받아도 된다는 얘기가 됩니다. 커뮤니티에서도 “무료로 플랫폼을 쓰게 해달라는 요구는 아니지 않느냐"는 반론이 꾸준히 나옵니다.

반대쪽 반박도 분명합니다. 값을 애플이 혼자 매기고 깎아줄 상대도 없고 나갈 길마저 애플이 그린다면, 그건 시장 가격이 아니라 세금이라는 거죠. 그러니까 다투는 지점은 수수료를 받느냐 마느냐가 아니라 그 액수를 누가 어떤 절차로 정하느냐입니다.

사이드로딩은 왜 생각만큼 안 퍼졌을까

DMA 초기에 제일 기대를 모은 건 사이드로딩이었습니다. 그런데 막상 사용자가 예상만큼 몰리지 않았습니다.

이유가 몇 겹입니다. 대체 마켓을 깔려면 확인 절차를 여러 번 통과해야 합니다. 중간에 보안 경고도 뜹니다. 일반 사용자라면 “이거 위험한 건가” 싶어지는 흐름입니다. 게다가 대체 마켓에서만 받을 수 있는 킬러 앱이 충분히 나오지 않았습니다.

기술적으로 가능한 일과 실제로 벌어지는 일 사이에는 이만큼 거리가 있습니다. 규제는 길을 낼 수 있어도 그 길로 사람을 걷게 만드는 건 결국 제품이 얼마나 매력적이냐입니다.

그래서 개발자에게 남는 건

가장 큰 소득은 협상이라는 게 가능해졌다는 점입니다. 예전엔 애플의 정책이 곧 물리 법칙이었는데, 지금은 규제 당국이라는 지렛대라도 있습니다. 애플이 정책을 여러 차례 손본 것도 그 압력 때문이었고요.

대신 손에 잡히는 이득은 아직 얇습니다. 소규모 개발자 대다수에게 이번 변화는 선택지 하나가 늘어난 정도지, 수익 구조를 바꿔주지는 않았습니다.

한국 개발자에겐 아직 먼 얘기로 들릴 수 있습니다. 그래도 인앱결제 논의가 계속되는 마당이라 EU 사례는 사실상 예고편입니다. 규제로 문을 여는 것까지는 됩니다. 그런데 그 문 너머 요금표를 누가 쓰느냐는 완전히 다른 싸움입니다. 지난 2년이 보여준 게 그겁니다.

개발자라면 한번 따져보시죠. 지금 나온 대체 경로로 옮길 만한 계산이 나옵니까? 아니면 계산기를 두드려보고 그냥 남는 쪽을 택하시겠습니까? 답이 대체로 후자라면, DMA는 아직 절반만 성공한 규제인 셈입니다.

애플 DMA 앱스토어 EU규제 개발자생태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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