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존에서 아무것도 안 샀는데, 당신은 이미 '아마존세'를 내고 있습니다
동네 문구점에서 3천 원짜리 볼펜을 샀다고 해봅시다. 아마존 근처에도 안 갔죠. 그런데 그 볼펜값 안에도 아마존에 내는 돈이 섞여 있다면요. 마케터 세스 고딘이 던진 ‘아마존세(Amazon tax)‘라는 말이 요즘 다시 도는 이유입니다.
먼저 밝혀둘 게 있습니다. 이 주제로 최근 30일간의 커뮤니티 데이터를 훑어봤는데, 새로 터진 논쟁은 아니었습니다. 몇 년째 같은 자리를 도는 구조적 문제에 가깝습니다. 그래서 실시간 반응을 중계하기보다 숫자로 구조를 뜯어보는 쪽으로 가겠습니다.
판매가의 절반이 플랫폼으로 간다
숫자부터 보죠. 아마존이 판매자에게서 떼어 가는 몫, 이른바 테이크 레이트(take rate)는 몇 년째 올라 50% 안팎까지 왔습니다. 비영리 연구기관이 아마존이 스스로 공시한 자료를 역산해 뽑은 수치입니다. 아마존은 이 계산법에 동의하지 않고요.
어디서 이만큼 쌓이는 걸까요.
기본 판매 수수료가 카테고리별로 8~15%. 여기에 물류 대행인 FBA 수수료가 붙고, 창고 보관료가 따로 나갑니다. 결정타는 광고비입니다. 검색 결과 위쪽에 뜨려면 광고를 사야 하는데, 이게 말이 광고지 선택이 아닙니다. 안 하면 검색 3페이지에 묻히거든요.
아마존 광고 사업 매출은 이제 연간 500억 달러를 넘겼습니다. 그 돈이 어디서 나왔겠습니까. 거기서 물건 파는 사람들 주머니죠.
“안 팔면 그만"이 아닌 이유
여기서 꼭 나오는 반박이 있습니다. 수수료가 비싸면 안 팔면 되지 않느냐. 시장 논리로는 맞는 말이죠. 문제는 나갈 곳이 없다는 겁니다.
미국에서 온라인 쇼핑 검색의 상당수는 구글이 아니라 아마존에서 시작됩니다. 살 사람이 아마존 앱부터 켠다면, 파는 사람에게 아마존은 ‘여러 채널 중 하나’가 아니라 ‘시장 그 자체’입니다. 수수료 협상력이 생길 자리가 없죠.
여기에 오랫동안 가격 동등성 조항이라는 게 있었습니다. 자기 쇼핑몰에서 아마존보다 싸게 팔면 불이익을 주는 정책이죠. 규제 압박에 명시적 조항은 느슨해졌지만 ‘바이 박스’에서 밀려나는 식으로 사실상 그대로라는 게 판매자들 얘기입니다.
결과는 뻔합니다. 판매자는 자기 쇼핑몰에서도 아마존 수수료를 얹어 값을 매기고, 수수료가 오르면 모든 채널 가격이 따라 오릅니다. 아마존을 안 쓰는 소비자까지 아마존이 정한 가격표를 받아드는 셈이죠. ‘세금’이라는 말을 쓰는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진짜 문제는 세금이 아니라 착시입니다
그런데 저는 ‘세금’이라는 비유가 절반만 맞다고 봅니다.
세금은 어디에 얼마가 쓰이는지 최소한 공개는 됩니다. 아마존세는 아닙니다. 3만 원을 냈을 때 얼마가 물건 원가고 얼마가 플랫폼 수수료인지, 영수증 어디에도 안 적혀 있습니다. 판매자가 대놓고 말하기도 어렵습니다. 플랫폼 정책 위반 소지가 있으니까요.
물론 반대쪽 얘기도 있습니다. 아마존이 주는 게 없진 않죠. 물류 인프라, 결제 시스템, 반품 처리, 고객 신뢰, 검색 트래픽. 소상공인이 이걸 혼자 갖추려면 50%보다 더 들지도 모릅니다. 백화점 입점 수수료가 30% 안팎이었던 걸 떠올리면, 온라인 플랫폼 수수료가 그보다 높다고 무조건 약탈이라 못 박기도 어렵습니다.
그래서 따질 건 ‘수수료가 비싸다’가 아닙니다. 가격이 경쟁으로 정해지느냐, 독점적 지위로 정해지느냐입니다. 나갈 문이 없는 데서 정해진 값은 서비스가 아무리 좋아도 시장 가격이라 부르기 어렵습니다.
그럼 쿠팡을 쓰는 우리는요
남의 나라 이야기로 끝나지 않습니다.
쿠팡의 국내 이커머스 점유율은 이미 압도적입니다. 로켓배송 직매입 구조는 아마존 마켓플레이스와 형태가 다르지만 판매자가 받는 압력은 비슷하게 흘러갑니다. 수수료, 광고, 노출 순위, 최저가 요구. 공정거래위원회가 검색 순위 조작 문제로 제재에 나선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배달앱은 더 노골적입니다. 매장에서 먹는 값과 배달 앱 값이 다른 ‘이중가격제’가 이제 흔해졌죠. 아마존세의 한국판 축약본인 셈인데, 여기선 눈에 보인다는 게 다릅니다. 보이는 편이 차라리 낫습니다. 소비자가 판단할 수 있으니까요.
무서운 건 안 보이는 쪽입니다. 쿠팡에서 산 물건 말고, 동네 가게에서 산 물건 가격에도 플랫폼 비용이 이미 스며들어 있다면. 그건 확인할 방법이 없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얼마를 내고 있나
플랫폼 수수료는 판매자와 플랫폼 둘 사이 문제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그 시장의 모든 값을 다시 매깁니다. 우리가 편의를 누린 대가는 배송비 3천 원이 아니라, 어쩌면 물건값 전체에 얇게 발린 몇 퍼센트일지 모릅니다.
궁금하면 직접 해볼 수 있는 게 하나 있습니다. 같은 물건을 제조사 공식몰에서 사면 얼마인지, 다음 장바구니에서 한 번만 비교해보시죠. 값이 똑같다면, 그것 역시 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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