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가 '토지 수용권'까지 꺼냈다: 내슈빌이 동물원 옆 데이터센터를 막은 방법
지자체가 민간 개발을 막는 방법은 대개 정해져 있습니다. 용도지역을 안 바꿔주거나, 인허가를 질질 끌거나, 조건을 잔뜩 붙이거나. 그런데 요즘 미국 지방정부가 데이터센터를 상대로 꺼내 드는 카드는 결이 다릅니다. 아예 그 땅을 정부가 사버리겠다는 겁니다.
먼저 솔직하게 말씀드릴 게 있습니다. 이번 내슈빌 사안은 커뮤니티 반응 데이터가 거의 잡히지 않았습니다. 최근 30일 기준으로 관련 논의를 뒤져봤지만 이렇다 할 스레드가 없었어요. 그래서 오늘은 실시간 여론 분석 대신, 왜 이런 방식의 저항이 나왔고 앞으로 뭘 뜻하는지를 짚어보려 합니다.
토지 수용권이 데이터센터를 향할 때
토지 수용권, 영어로 eminent domain은 정부가 공공의 목적을 위해 사유지를 강제로 취득할 수 있는 권한입니다. 정당한 보상은 해야 하지만, 땅 주인이 팔기 싫다고 버텨도 절차만 밟으면 가져올 수 있습니다. 도로를 내거나 학교를 짓거나 상수도를 놓을 때 쓰는 도구죠.
이걸 데이터센터 부지에 쓰면 성격이 완전히 달라집니다. 뭘 짓겠다고 쓰는 게 아니라, 뭐가 지어지는 걸 막으려고 쓰는 거니까요. 개발업자가 이미 확보했거나 확보하려는 땅을 시가 먼저 채가서 공원이나 녹지, 공공시설로 묶어버리는 방식입니다. 용도지역 변경 거부는 소송으로 뒤집힐 수 있고, 인허가 지연은 결국 시간 문제입니다. 하지만 땅이 아예 사라지면 논쟁도 끝납니다.
내슈빌은 동물원 인근이라는 위치가 명분을 만들어줬습니다. 공원 확장, 완충 녹지, 관광 인프라 같은 공공 목적을 붙이기 좋은 자리거든요. 명분과 수단이 맞아떨어진 셈입니다.
왜 하필 지금, 왜 하필 데이터센터인가
2023년 이후 미국 전역에서 데이터센터 신규 건설 신청이 쏟아졌습니다. 생성형 AI 학습과 추론 수요 때문입니다. 문제는 이 시설들이 예전 데이터센터와 체급이 다르다는 겁니다.
전력부터 그렇습니다. 과거 대형 데이터센터가 수십 메가와트급이었다면, 요즘 AI 전용 캠퍼스는 수백 메가와트에서 기가와트급을 이야기합니다. 중소도시 하나가 쓰는 전력을 시설 하나가 먹는 구조예요. 지역 전력망에 부담이 가고, 그게 전기요금 인상 압력으로 돌아옵니다. 주민 입장에서는 “내가 왜 남의 AI 학습 비용을 전기요금으로 내야 하나"라는 말이 안 나올 수가 없습니다.
물도 문제입니다. 냉각수 소비량이 상당한데, 가뭄이 잦은 지역에서는 이게 곧바로 갈등 요인이 됩니다. 소음도 무시 못 합니다. 냉각 팬과 백업 발전기가 내는 저주파 소음은 주거지 민원 단골이에요.
반면 지역이 얻는 건 애매합니다. 데이터센터는 건설 기간에는 인력을 많이 쓰지만, 완공 후 상시 근무 인원은 놀랄 만큼 적습니다. 수천억 원짜리 시설에 정규직이 수십 명 수준인 경우도 흔합니다. 게다가 유치하겠다고 재산세 감면을 크게 걸어둔 경우가 많아서 세수 효과도 기대만큼 크지 않습니다. 부담은 확실하고 이익은 불확실한 구조인 거죠.
저항의 방식이 달라졌다
지자체의 대응은 몇 단계를 거쳐 왔습니다.
1단계는 조건 부과였습니다. 소음 기준을 강화하고, 물 사용량을 제한하고, 부지 경계에 조경 완충대를 요구하는 식이죠. 개발업자 입장에서는 비용이 늘 뿐 못 지을 이유는 아닙니다.
2단계는 모라토리엄입니다. 일정 기간 신규 데이터센터 인허가를 아예 중단하고 그 사이에 규정을 정비하는 방식입니다. 미국 여러 카운티에서 실제로 시행됐습니다. 다만 이건 시간을 버는 조치이지 영구적 차단은 아닙니다.
3단계가 용도지역 재편입니다. 데이터센터를 별도 용도로 신설해서 특정 구역에서만 허용하고, 주거지 인근에서는 원천적으로 금지하는 겁니다. 구조적인 해법에 가깝지만 조례 개정에 시간이 걸리고 기존 신청 건에는 소급 적용이 어렵습니다.
토지 수용권은 4단계입니다. 제일 직접적이고, 한번 하면 되돌리기 어렵습니다. 대신 돈이 많이 듭니다. 시가 세금으로 땅값을 치러야 하고, 보상액을 두고 소송이 붙으면 몇 년이 걸릴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도 이 카드를 꺼냈다는 건, 지역 정치인들이 보기에 주민 반발의 크기가 소송 비용보다 크다는 뜻입니다.
켈로 판결이 뒤집힌 풍경
토지 수용권 이야기에서 빠지지 않는 판례가 있습니다. 2005년 미국 연방대법원의 켈로 대 뉴런던 판결입니다. 당시 대법원은 지역 경제 개발도 공공 목적에 해당한다고 보고, 시가 민간 개발을 위해 주택을 수용하는 걸 허용했습니다. 반발이 엄청났고, 이후 많은 주가 경제 개발 목적의 수용을 제한하는 법을 만들었습니다.
지금 벌어지는 일은 그 구도의 반대편입니다. 20년 전에는 개발을 밀어붙이려고 수용권을 썼는데, 이번에는 개발을 막으려고 씁니다. 같은 도구, 정반대 방향이죠.
법적으로도 이쪽이 더 안전합니다. 공원이나 녹지 조성은 전통적인 공공 목적이라 다툼의 여지가 적거든요. 개발업자가 “이건 우리 프로젝트를 죽이려는 위장 수용"이라고 주장하려면 시의 의도를 입증해야 하는데, 그게 쉽지 않습니다.
한국에는 남의 일일까
한국도 상황이 다르지 않습니다. 수도권 데이터센터 신설을 둘러싼 갈등은 이미 여러 차례 있었습니다. 전자파 우려, 소음, 부동산 가치 하락을 이유로 주민이 반대하고 지자체가 인허가를 보류하는 패턴이 반복돼 왔습니다. 전력 계통 문제로 수도권 집중을 억제하고 지방 분산을 유도하는 정책도 나와 있습니다.
다만 우리나라에서 토지 수용권은 성격이 좀 다릅니다. 공익사업을 위한 토지 취득 및 보상에 관한 법률이 사업 인정 절차로 엄격하게 걸러내기 때문에, 지자체가 특정 민간 개발을 막을 목적으로 쓰기는 구조적으로 어렵습니다. 대신 도시계획시설 지정이나 개발행위 허가 제한 같은 다른 도구가 비슷한 역할을 합니다. 수단은 다르지만 지역이 인프라 확장 속도를 통제하려 한다는 본질은 같습니다.
AI 인프라의 진짜 병목
업계에서는 오랫동안 AI 확장의 병목을 GPU 공급이나 전력망으로 봤습니다. 이제 여기에 하나가 더 붙었습니다. 지역 사회의 동의입니다.
칩은 돈으로 살 수 있고 변전소는 지으면 됩니다. 하지만 주민 투표로 뽑힌 시의원이 반대 진영에 서면, 그건 자본으로 해결되지 않습니다. 데이터센터 입지를 고를 때 “정치적 리스크"가 실제 변수로 들어가기 시작한 겁니다. 대형 사업자들이 부지를 조용히 매입하고, 페이퍼컴퍼니 명의를 쓰고, 발표를 최대한 늦추는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알려지는 순간 반대 조직이 꾸려지니까요.
그런데 이 은밀함이 신뢰를 더 깎아먹습니다. 나중에 정체가 드러나면 주민들은 속았다고 느끼고, 반대는 더 격렬해집니다. 내슈빌 같은 사례가 나오는 배경에는 이렇게 쌓인 불신도 있습니다.
마무리
AI 인프라 경쟁은 국가 단위, 기업 단위 이야기로 소비돼 왔습니다. 하지만 서버가 실제로 놓이는 곳은 누군가의 동네입니다. 그 동네가 “여기는 안 된다"고 말할 때 이제는 그걸 관철할 수단까지 쥐었다는 게 이번 사안에서 눈여겨볼 대목입니다.
앞으로 데이터센터 사업자는 전력 계약과 토지 매입만큼이나 지역 여론 관리에 자원을 써야 할 겁니다. 챗봇에 질문 하나 던질 때 쓰이는 전력과 물도 결국 어딘가의 지역 사회가 부담하고 있고요. 그 비용을 누가 어떤 방식으로 나눠 져야 공정한지는, 솔직히 저도 아직 답을 못 찾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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