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사비스와 제프 딘이 같은 날 떠났다: 구글 AI 제국의 두 기둥이 사라진 자리
한 회사에서 사람 한 명이 나가는 건 뉴스가 아닙니다. 그런데 나간 사람이 노벨 화학상 수상자이자 알파고를 만든 인물이고, 같은 날 또 한 명이 나가는데 그 사람이 텐서플로우와 구글 검색 인프라를 설계했다면 얘기가 달라집니다. 데미스 하사비스의 구글 딥마인드 CEO 사임과 제프 딘의 알파벳 퇴사가 딱 그런 경우입니다.
시작 전에 하나 털어놓겠습니다. 이 주제로 커뮤니티에서 오간 얘기를 찾아봤는데, 최근 한 달 사이 건질 만한 스레드가 거의 없었습니다. 그래서 이 글은 커뮤니티 반응을 인용하는 대신 구조적 해석 쪽에 무게를 뒀습니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보다 왜 하필 지금 이런 일이 벌어지는지가 더 볼 만하다고 봤습니다.
두 사람이 구글에서 차지했던 자리
하사비스와 딘은 하는 일이 전혀 달랐습니다. 그런데 대체할 사람이 없다는 점에서는 똑같았습니다.
하사비스는 연구 방향을 정하는 쪽이었습니다. 딥마인드를 알파고, 알파폴드, 제미나이로 이어지는 궤도에 올려놓은 사람입니다. 알파폴드로 2024년 노벨 화학상까지 받은 뒤로는 그를 테크 임원으로만 부르기가 어려워졌습니다. 과학계 전체가 인정하는 이름이 됐으니까요. 딥마인드가 구글 안에서 자율성을 지킬 수 있었던 것도 상당 부분 그가 쌓아둔 개인적 신뢰 덕분이었습니다.
딘은 기반을 만드는 쪽이었습니다. 맵리듀스, 빅테이블, 스패너, 텐서플로우, TPU. 지금 우리가 아는 대규모 컴퓨팅의 상당 부분이 그의 손을 거쳤습니다. 구글 엔지니어들 사이에 “제프 딘 농담"이라는 장르가 따로 있을 만큼 회사 안에서는 거의 전설이었습니다. 딥마인드와 구글 브레인이 합쳐진 뒤에는 알파벳 수석 과학자로 기술 전반을 총괄했습니다.
방향을 정하는 사람과 바닥을 까는 사람. 이 둘이 같은 날 나갔습니다.
왜 하필 지금인가
타이밍이 우연일 리는 없습니다. 압력이 몇 겹으로 겹쳐 있습니다.
하나는 연구와 제품의 긴장입니다. 딥마인드는 원래 장기 연구 조직이었습니다. 알파폴드 같은 프로젝트는 당장 매출이 안 나옵니다. 그런데 2023년 구글 브레인과 통합되고 제미나이 경쟁이 본격화되면서 조직의 무게중심이 분기별 모델 출시 쪽으로 확 기울었습니다. “다음 분기에 뭘 내놓을 것인가"가 매일의 질문이 되면 연구자는 숨이 막힙니다.
돈 문제도 있습니다. 바깥의 자금 말입니다. 지금 AI 스타트업 시장은 이름값만으로 수십억 달러 밸류에이션이 붙습니다. 미라 무라티의 씽킹 머신스, 일리야 수츠케버의 SSI가 제품도 없이 조 단위 평가를 받은 게 이미 선례가 됐습니다. 빅테크 안에서 정치와 조율에 시간을 쓰느니 나가서 직접 하는 쪽이 합리적인 선택이 돼버렸습니다.
마지막 이유는 덜 낭만적입니다. 스톡옵션 사이클이요. 딥마인드 인수 이후 붙은 리텐션 패키지가 대체로 만료 구간에 접어들었습니다. 금전적 족쇄가 풀리면 남는 건 하고 싶은 일이 뭐냐는 질문뿐입니다.
구글에 실제로 남는 손실
냉정하게 보죠. 구글이 무너지느냐. 아닙니다.
TPU는 이미 굴러갑니다. 제미나이 팀에는 수천 명의 엔지니어가 있습니다. 인프라는 사람이 아니라 시스템으로 돌아가는 단계에 왔습니다. 당장 모델 출시 일정이 크게 틀어질 일은 없을 겁니다.
진짜 손실은 다른 데 있습니다. 중력입니다.
딥마인드가 최고 수준의 연구자를 계속 끌어모은 큰 이유 하나는 “하사비스 밑에서 일한다"는 것 자체였습니다. 제프 딘이 리뷰해주는 코드를 쓴다는 것도 마찬가지고요. 이런 건 연봉으로 대체가 안 됩니다. 두 사람이 나가면 그 아래 있던 시니어 연구자들의 이탈 확률도 같이 올라갑니다. 리더가 나가면 팀이 따라 나가는 건 이 업계에서 지겹게 반복돼 온 패턴입니다.
또 하나, 연구 자율성의 방패가 사라졌습니다. 알파폴드처럼 5년, 10년을 봐야 하는 프로젝트는 누군가 위에서 “이건 매출 안 나와도 계속한다"고 막아줘야 살아남습니다. 그 방패가 없어지면 조직은 자연스럽게 측정 가능한 쪽으로 쏠립니다.
인재가 흩어지는 게 나쁜 일만은 아니다
관점을 바꾸면 다른 그림도 보입니다.
지난 10년간 AI 최고 인재의 상당수가 서너 개 회사 안에 갇혀 있었습니다. 연구 생태계 전체로 보면 건강한 구조가 아닙니다. 큰 회사 안에서는 안 되는 일이 있습니다. 상업화 압력 때문에, 브랜드 리스크 때문에, 혹은 그냥 우선순위에서 밀려서요.
트랜스포머 논문 저자 8명이 전부 구글을 떠나 각자 회사를 차린 게 대표적입니다. 캐릭터AI, 코히어, 사카나AI가 그렇게 나왔습니다. 구글에는 손실이지만 업계 전체로 보면 아이디어가 분산되고 경쟁이 늘었습니다.
하사비스와 딘이 어디로 갈지는 아직 모릅니다. 다만 두 사람 다 자기 자본을 조달하는 데는 아무 문제가 없는 위치입니다. 하사비스가 AI 신약 개발이나 과학 쪽으로 간다면 아이소모픽 랩스에서 하던 일의 연장선이 되겠죠.
진짜 신호는 따로 있다
이 사건에서 가장 중요한 건 개인의 거취가 아니라고 봅니다.
빅테크가 더 이상 AI 최고 인재의 종착지가 아니다. 이게 핵심입니다.
2015년에는 딥마인드나 구글 브레인에 들어가는 게 정점이었습니다. 자원과 데이터, 컴퓨팅을 그만큼 쓸 수 있는 곳이 없었으니까요. 지금은 다릅니다. 컴퓨팅은 클라우드로 빌리고, 오픈 웨이트 모델로 시작점을 잡습니다. 투자자들은 검증된 이름에 돈을 들고 줄을 섭니다. 진입 장벽이 낮아졌다기보다 자본이 개인을 따라 움직입니다.
그래서 앞으로 봐야 할 지표는 하사비스가 뭘 창업하느냐보다 그 아래 있던 사람들이 6개월 안에 어떻게 움직이느냐입니다. 리더 두 명이 나가는 건 뉴스지만, 시니어 연구자 스무 명이 조용히 흩어지는 건 구조 변화입니다.
마무리
큰 조직도 결국 몇몇 개인에게 생각보다 많이 기대고 있었다는 얘기입니다. 그 줄이 끊겼을 때 뭐가 남는지는 이제부터 보게 되겠죠. 구글은 계속 잘 돌아갈 겁니다. 다만 “왜 여기서 일해야 하는가"라는 물음의 답은 다시 만들어야 합니다.
AI 연구가 소수 거대 조직에서 흩어져 나오는 흐름은 이제 막 시작됐습니다. 이게 혁신 속도를 끌어올릴지, 아니면 자원이 잘게 쪼개져 알파폴드 같은 장기 프로젝트가 아예 안 나오게 될지는 저도 모르겠습니다. 둘 다 그럴듯해서 더 답답합니다. 6개월 뒤에 딥마인드 출신 창업 소식이 몇 건이나 뜨는지, 그것만 세어봐도 답이 얼추 나올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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