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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여자를 짓밟아": 이베이 임원들이 블로거 부부를 스토킹한 사건, 560억 배상으로 끝났습니다

죽은 돼지의 태반, 살아 있는 바퀴벌레, 장례식 화환. 이게 시가총액 수십조 원 규모 기업의 임원들이 블로거 부부에게 보낸 택배 목록입니다. 2019년 매사추세츠에서 벌어진 일이고, 6년이 지난 지금 배심원단은 피해자 부부에게 4,150만 달러(약 560억 원)를 배상하라는 평결을 내렸습니다. 헤드라인만 보면 막장 드라마 같습니다. 그런데 뜯어보면 플랫폼 기업이 자기를 비판하는 목소리를 어떻게 취급하는지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시작은 뉴스레터 한 줄이었습니다

이나 스타이너와 데이비드 스타이너 부부는 EcommerceBytes라는 사이트를 운영했습니다. 이베이, 아마존 같은 마켓플레이스에서 물건을 파는 소상공인들을 위한 업계 뉴스레터였습니다. 구독자 수만 명 규모의, 말하자면 동네 신문 같은 매체였는데요.

문제는 이 매체가 이베이에 비판적인 기사를 자주 실었다는 겁니다. 수수료 인상, 정책 변경, 셀러 계정 정지 같은 이슈를 셀러 입장에서 다뤘습니다. 이베이 경영진 입장에서는 눈엣가시였을 겁니다. 2019년 4월, 당시 CEO였던 데빈 웨닉이 EcommerceBytes 기사를 두고 임원에게 보낸 문자가 나중에 법정에서 공개됩니다. “이 여자를 짓밟아(Take her down).”

이 문자 한 줄이 이후 벌어진 모든 일의 출발점으로 지목됐습니다. 웨닉 본인은 형사 기소되지 않았고, 문자 그대로의 지시는 아니었다고 주장했습니다. 다만 조직 안에서 그 말이 어떻게 읽혔는지는 뒤이어 벌어진 일이 말해줍니다.

배송된 물건들의 목록

이베이 글로벌 정보보안 팀 소속 직원들이 움직였습니다. 회사를 지키라고 만든 보안 부서가 비판자를 공격하는 데 동원된 겁니다.

부부의 집으로 배송된 물건은 이렇습니다. 살아 있는 바퀴벌레, 파리 유충, 죽은 돼지의 태반, 장례식용 화환, 피 묻은 돼지 가면, 성인용품. 배송지는 부부의 실제 주소였습니다. 트위터에서는 익명 계정으로 협박 메시지를 보냈습니다. 부부의 집 앞에 “성매매” 광고 전단을 붙이려는 계획도 세웠습니다.

여기서 끝이 아닙니다. 직원들은 보스턴에서 매사추세츠 내틱까지 차로 이동해 부부의 집을 직접 감시했습니다. 차량에 GPS 추적기를 달려고도 했습니다. 이 모든 일이 벌어진 뒤에는 다른 이베이 직원이 “도와주겠다"며 부부에게 접근합니다. 회사가 만든 공포를 회사가 풀어주는 척하며 관계를 트고, 그 대가로 비판 기사를 줄이게 하려는 계획이었습니다.

형사 처벌과 민사 소송, 두 갈래로

들통난 건 우연이었습니다. 내틱 경찰이 스토킹 신고를 수사하다가 IP 주소를 추적했고, 그 끝에 이베이 본사가 있었습니다. 지역 경찰의 평범한 수사가 실리콘밸리 대기업 임원들을 잡아낸 셈입니다.

형사 재판에서는 7명이 유죄를 인정했습니다. 전 글로벌 정보보안 책임자 짐 바우가 징역 57개월, 전 글로벌 회복력 담당 데이비드 해빌은 징역 24개월을 선고받았습니다. 회사는 300만 달러 형사 벌금을 물었습니다. 미국 법무부는 당시 이 벌금이 관련 법령상 최대치라고 밝혔습니다. 수십조 원 매출 기업에 40억 원대 벌금이 상한이라는 점이 오히려 화제가 됐습니다.

그래서 실질적인 심판은 민사에서 나왔습니다. 스타이너 부부는 이베이와 임원들을 상대로 소송을 냈고, 2025년 이베이는 부부와 따로 합의했습니다. 개별 피고들을 상대로 한 재판에서 배심원단은 4,150만 달러의 배상 평결을 내렸습니다. 징벌적 손해배상이 포함된 금액입니다. 배심원단이 이 사건을 개인의 일탈이 아니라 조직적 행위로 봤다는 뜻입니다.

왜 이 사건이 지금 다시 회자되나

솔직히 말씀드리면, 이 주제로 최근 한 달간의 커뮤니티 반응을 찾아봤지만 새로운 논의는 거의 잡히지 않았습니다. 리서치 결과도 사실상 비어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게 이 사건의 핵심이기도 합니다. 처음 알려진 2020년에는 해커뉴스와 레딧에서 며칠간 상위권을 차지했지만, 재판이 6년 넘게 이어지는 동안 대중의 관심은 흩어졌습니다. 기업 입장에서는 시간이 가장 좋은 방어 수단인 셈입니다.

그래도 이 사건이 계속 인용되는 이유가 있습니다. 구조적인 문제 세 가지를 건드리기 때문입니다.

첫째, 기업 보안팀의 권한 범위입니다. 대기업의 정보보안 조직에는 데이터 접근권이 있고, 위협 인텔리전스 도구와 추적 기술도 있습니다. 그 능력이 외부 비판자를 향하면 어떻게 되는지를 이번 일이 드러냈습니다. 도구는 중립적이지만 지시는 그렇지 않습니다.

둘째, 플랫폼 의존 매체의 취약성입니다. EcommerceBytes는 이베이 셀러를 독자로 하는 매체였습니다. 취재 대상이 곧 독자의 생계를 쥐고 있습니다. 이런 매체는 광고를 끊거나 취재 접근을 막는 것만으로도 압박을 받는데, 이번에는 그 수준을 한참 넘어섰습니다.

셋째, 내부 문화입니다. CEO의 짧은 문자 한 줄이 실제 스토킹 작전으로 번지기까지, 중간에서 이를 막은 사람이 없었습니다. 여러 부서, 여러 직급이 관여했는데도 아무도 브레이크를 밟지 않았습니다. 개인의 문제로는 설명이 안 됩니다.

남은 질문

이베이는 사건 이후 관련자를 전원 해고했고, 재발 방지 정책을 도입했다고 밝혔습니다. 웨닉은 2019년 9월 CEO 자리에서 물러났습니다. 회사는 사임이 이 사건과 무관하다고 설명했지만, 시점은 공교로웠습니다.

560억 원이라는 숫자는 큽니다. 하지만 스타이너 부부가 겪은 일은 돈으로 환산하기 어렵습니다. 더 불편한 대목은 따로 있습니다. 이 사건이 드러난 건 임원들이 서툴러서였습니다. 실물 택배를 보냈고, 회사 네트워크에서 트위터 계정을 만드는 바람에 IP가 추적됐습니다. 조금만 더 조심스러웠다면 어땠을까요.

여러분이 구독하는 업계 뉴스레터나 즐겨 읽는 테크 블로그가 대기업을 정면으로 비판할 때, 그 글쓴이는 어떤 위험을 감수하는 걸까요. 평결이 나왔다고 그 위험이 없어지지는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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