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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이 RSS를 죽였다는 말, 13년이 지난 지금 다시 따져봅니다

요즘 웹을 돌아다니다 보면 이상한 기분이 듭니다. 검색을 해도 비슷비슷한 문장이 반복되고 클릭해서 들어간 페이지는 광고와 팝업으로 뒤덮여 있죠. 그러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듭니다. 예전에는 내가 보고 싶은 글만 골라서 조용히 받아보는 방법이 있었는데 그건 다 어디로 갔을까요.

2013년 3월, 그날 무슨 일이 있었나

구글이 리더 종료를 발표한 건 2013년 3월 13일입니다. 그해 7월 1일 서비스가 완전히 문을 닫았죠. 구글이 내놓은 공식 이유는 간단했습니다. 쓰는 사람이 줄었다는 겁니다.

당시 반응은 격렬했습니다. 서비스를 유지해달라는 온라인 청원에 15만 명 넘는 서명이 모였고 개발자 커뮤니티는 며칠 동안 이 이야기로 도배됐습니다. 하지만 구글은 뒤돌아보지 않았습니다. 같은 시기 구글은 소셜 네트워크 구글 플러스에 회사의 명운을 걸었습니다. RSS 리더는 사용자를 자기 서비스 안에 붙잡아두지 못하는 도구였습니다. 사용자가 리더에서 제목만 훑고 원하는 글로 바로 넘어가 버리면 구글이 광고를 보여줄 기회는 사라집니다.

문제는 그다음입니다. 구글 리더는 앱 하나로 끝나는 물건이 아니었습니다. RSS 생태계의 사실상 표준 인프라였죠. 서드파티 리더 앱 대부분이 구글 리더의 동기화 서버를 백엔드로 썼거든요. 구글이 서버를 끄자 그 위에 얹혀 있던 생태계 전체가 한 번에 무너졌습니다. 시장을 독점한 무료 서비스가 사라지면 그 자리를 채울 상업적 대안은 이미 오래전에 말라죽고 없습니다.

크롬에서도 조용히 사라진 흔적들

RSS가 밀려난 건 리더 종료 한 번으로 끝난 일이 아닙니다. 브라우저에서도 조금씩 지워졌습니다.

파이어폭스는 2018년 64 버전에서 라이브 북마크 기능을 제거했습니다. 주소창 옆에 뜨던 주황색 RSS 아이콘, 기억하시는 분 계실 겁니다. 그게 사라진 게 그때입니다. 크롬은 애초에 기본 기능으로 제공한 적이 거의 없고 2021년 잠깐 팔로우 기능을 실험했다가 2023년 조용히 접었습니다.

브라우저에서 아이콘이 사라진다는 건 생각보다 큰 일입니다. 일반 사용자에게 그 기술은 없는 거나 마찬가지가 되니까요. RSS는 여전히 살아 있었지만 그걸 발견할 입구가 하나씩 닫혔습니다. 지금은 사이트에 피드가 있는지 알아보려면 HTML 소스를 열어봐야 할 때도 많습니다.

그런데 정말 구글이 죽인 걸까요

반론도 만만치 않습니다.

먼저 이런 얘기가 있습니다. 구글 리더가 없었다면 RSS 시장은 더 다양하게 발전했을 거라는 주장입니다. 무료 강자가 시장을 장악하는 바람에 유료 모델을 실험할 여지가 없었다는 거죠. 실제로 리더 종료 직후 피들리, 이노리더, 뉴스블러 같은 서비스가 급성장했습니다. 피들리는 종료 발표 후 2주 만에 사용자 300만 명을 새로 확보했습니다. 시장이 죽은 게 아니라 오히려 다시 열렸다고 볼 수도 있습니다.

두 번째는 더 근본적입니다. 사람들이 원한 건 구독이 아니라 추천이었다는 겁니다. RSS는 사용자가 직접 소스를 고르고 관리해야 합니다. 읽지 않은 글이 999개 쌓이면 죄책감이 생기죠. 반면 트위터와 페이스북 타임라인은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알아서 재밌는 걸 물어다 줍니다. 대다수 사용자에게는 후자가 훨씬 편했습니다. 구글은 이미 기울어진 흐름을 확인하고 짐을 뺐을 뿐이라는 시각입니다.

마지막은 사실 확인 문제입니다. RSS는 실제로 죽지 않았습니다. 팟캐스트 산업 전체가 지금도 RSS 위에서 돌아갑니다. 애플 팟캐스트, 스포티파이, 유튜브 뮤직 모두 결국 RSS 피드를 읽습니다. 뉴스레터 플랫폼 서브스택도 모든 발행물에 피드를 답니다. 워드프레스로 만든 사이트는 지금도 자동으로 피드를 뿜어냅니다. 죽은 건 규약이 아니라 일반 사용자용 인터페이스였습니다.

AI 슬롭 시대, RSS가 다시 소환되는 이유

그런데 요즘 분위기가 묘합니다.

2026년 현재 웹의 가장 큰 골칫거리는 AI가 대량 생산한 저품질 콘텐츠입니다. 이른바 슬롭이라고 부르죠. 검색 결과 상위권이 AI 요약문으로 채워지고 클릭해보면 알맹이가 없습니다. 구글 검색 자체가 AI 개요를 상단에 배치하면서 원본 사이트로 가는 트래픽은 계속 줄고 있습니다.

이런 판에서 RSS의 성질이 갑자기 매력적으로 보이기 시작합니다. RSS에는 알고리즘이 없습니다. 내가 구독한 소스에서 발행된 순서대로 그대로 옵니다. 누가 내 관심사를 추측해서 끼워넣지도 않고 광고가 중간에 섞이지도 않습니다. 소스의 신뢰도는 내가 직접 판단합니다. AI가 쓴 글인지 사람이 쓴 글인지 가릴 최소한의 기준이 결국 누가 발행했는가로 돌아왔습니다. 그렇다면 발행자 단위로 구독하는 방식은 다시 쓸모가 있습니다.

동시에 반대 방향의 압력도 있습니다. AI 학습 크롤러가 콘텐츠를 무단으로 긁어가니 일부 발행자는 오히려 전문 피드를 끊고 요약만 내보내거나 아예 피드를 없앱니다. 열려 있다는 장점이 그대로 약점이 됩니다. RSS를 다시 살리려는 쪽과 열린 문을 닫으려는 쪽이 지금 같이 움직이고 있습니다.

남은 질문

구글이 RSS를 죽였다는 말은 절반만 맞습니다. 구글은 이미 힘이 빠지던 기술의 마지막 대형 인프라를 걷어찼고 그 결정이 회복 시점을 10년 이상 늦춘 건 사실입니다. 하지만 사용자가 알고리즘 피드로 옮겨간 흐름은 구글이 만든 게 아니라 이미 진행 중이던 변화였습니다.

정작 궁금한 건 따로 있습니다. 우리는 왜 스스로 고르는 불편함을 그렇게 빨리 포기했을까요. 그리고 알고리즘이 AI 슬롭을 걸러주지 못하는 지금 그 불편함을 다시 감수할 준비가 되어 있을까요. 혹시 지금 이 글도 피드로 받아보고 계신다면 이미 답을 알고 계신 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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