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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 자기 검색 결과 긁는 건 못 참겠다더니 법원에 막혔다

인터넷에서 데이터를 가장 많이 긁어모은 회사를 꼽으라면 답은 뻔합니다. 구글이죠. 그 구글이 자기 검색 결과 페이지를 긁어가는 업체를 상대로 DMCA 카드를 꺼냈다가 법원에서 제동이 걸렸습니다. AI가 웹을 통째로 학습 데이터로 쓰는 지금, 이 판단은 스크래핑 업체 몇 곳의 문제로 끝나지 않습니다.

무슨 일이 있었나

순위 추적 업체와 SEO 도구 회사, 가격 비교 서비스는 구글 검색 결과 페이지를 자동으로 수집합니다. 특정 키워드를 검색했을 때 어떤 사이트가 몇 위에 뜨는지 매일 기록하는 식입니다. SEO 업계는 사실상 이 데이터 위에 서 있습니다.

구글은 이걸 좋아하지 않습니다. 서비스 약관으로 자동 수집을 금지했고 기술적으로도 계속 막아 왔습니다. 다만 약관 위반은 계약 문제라 소송 비용이 크고 배상액도 애매합니다. 그래서 꺼내 든 게 저작권법, 그중에서도 DMCA였습니다.

DMCA의 진짜 쟁점, ‘접근 통제 우회’

DMCA는 미국 디지털 밀레니엄 저작권법입니다. 흔히 아는 ‘유튜브에서 영상 내려가는 그 신고’는 일부일 뿐입니다. 더 센 조항이 1201조, 이른바 접근 통제 우회 금지 규정입니다.

저작물에 자물쇠를 걸어놨는데 누가 그 자물쇠를 부수고 들어왔다면, 안에서 뭘 했든 자물쇠를 부순 행위 자체가 위법이라는 논리입니다. 원래는 DVD 복사 방지나 게임 콘솔 잠금 해제를 겨냥한 조항이었습니다.

구글은 이 논리를 웹으로 옮겼습니다. 봇 차단 시스템과 CAPTCHA, 속도 제한이 다 ‘접근 통제’이고 이걸 우회해 검색 결과를 긁는 건 자물쇠를 부순 것과 같다는 주장입니다. 이게 먹혔다면 스크래핑은 약관 위반이 아니라 저작권 침해가 됐을 겁니다. 법정 손해배상까지 따라붙으니 무기의 급이 달라집니다.

법원이 선을 그은 지점

법원은 여기에 동의하지 않았습니다. 이유는 두 가지였습니다.

첫째, 검색 결과 페이지가 구글이 보호받을 만한 창작물이냐. 검색 결과에 담긴 건 대부분 남의 것입니다. 링크는 다른 사이트 주소이고 스니펫은 그 사이트에서 따온 문장입니다. 사실 정보를 늘어놓은 데는 저작권이 붙지 않는다는 게 미국 저작권법의 오래된 원칙입니다. 배열과 편집에 창작성이 있다고 주장할 수는 있지만, 알고리즘이 자동으로 매긴 순서를 창작으로 보기는 어렵습니다.

둘째, 봇 차단이 DMCA가 말하는 접근 통제냐. 구글 검색 결과는 브라우저만 열면 누구나 보는 공개 페이지입니다. 비밀번호도 결제도 암호화도 없습니다. 이미 열린 문 앞에서 특정 손님만 골라 막는 걸 자물쇠라 부를 수 있느냐. 법원은 회의적이었습니다.

미국 법원이 최근 몇 년간 걸어온 길과 같은 방향입니다. 링크드인이 스크래핑 업체 hiQ를 상대로 벌인 소송에서도 공개된 데이터 수집을 해킹 방지법으로 처벌하기 어렵다는 판단이 나왔습니다. 그때는 컴퓨터 사기 남용 방지법이 무기였고 이번엔 저작권법이었을 뿐입니다. 공개 웹에 올려둔 것을 법으로 독점하기는 쉽지 않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래서 이게 왜 AI 이야기인가

이 사건에서 눈여겨볼 건 타이밍입니다. 지금 웹에서 벌어지는 가장 큰 싸움은 AI 학습 데이터를 둘러싼 것입니다. 신문사와 출판사, 개인 창작자가 AI 회사를 상대로 “내 글을 허락 없이 가져갔다"며 줄줄이 소송을 걸고 있습니다.

AI 회사들이 펴는 논리는 대략 이렇습니다. 공개된 웹을 읽는 건 자유다, 학습은 복제가 아니라 패턴 추출이다, 결과물은 원본과 다르다. 구글도 검색 색인을 만들면서 20년 넘게 같은 말을 해 왔습니다.

그런데 자기 데이터가 표적이 되자 정반대 논리를 꺼냈습니다. 이 페이지는 우리 것이고 우리가 세워둔 기술적 장벽을 넘는 건 위법이라는 겁니다. 웹 전체를 긁어 검색 제국을 세운 회사가 자기 결과물 긁는 건 저작권으로 막겠다고 나선 셈입니다.

법원이 이걸 받아들이지 않은 여파는 스크래핑 업체 선에서 끝나지 않습니다. 구글 논리가 통했다면 어느 웹사이트든 봇 차단 하나만 걸어두고 AI 크롤러를 저작권법으로 고소할 수 있게 됩니다. 뉴스 사이트도 커뮤니티도 개인 블로그도 마찬가지고요. 지금 AI 회사와 싸우는 언론사가 간절히 원하는 무기가 딱 그겁니다. 구글은 제 손으로 그 무기를 만들려다, 자기한테 제일 위험한 결과를 피했습니다.

남는 문제들

물론 이걸로 스크래핑이 자유가 된 건 아닙니다. 서비스 약관 위반은 그대로 살아 있고 계약 위반 소송도 여전히 걸 수 있습니다. 기술적 차단은 법과 상관없이 더 촘촘해집니다. 클라우드플레어가 AI 크롤러 차단을 기본값으로 돌리고 유료 크롤링 협상 창구를 만든 게 그 예입니다. 문은 법정이 아니라 인프라에서 닫힙니다.

더 큰 변화는 따로 있습니다. 검색 결과 페이지 자체가 사라지는 중입니다. AI 요약이 맨 위를 차지하면서 파란 링크 열 개짜리 페이지는 점점 아래로 밀립니다. 순위를 추적하던 업계로서는 추적할 순위가 흐려집니다. 긁을 권리를 법으로 얻어낸들 긁을 대상이 남아 있느냐가 다음 문제입니다.

마무리

이번 판단이 말하는 바는 단순합니다. 공개된 웹에 올려둔 건 남이 읽는 것도 감수해야 합니다. 구글이든 언론사든 우리 블로그든 규칙은 같습니다.

다만 이 규칙을 만들던 때에는 사람보다 빠르고 값싸게 읽는 기계를 아무도 상상하지 않았습니다. 사람이 읽는 것과 기계가 읽는 것을 법이 똑같이 다뤄야 하는지, 아니면 달리 다뤄야 하는지. 지금 우리가 답을 정하는 중입니다.

저는 아직 답을 못 정했습니다. 내가 쓴 글을 AI가 읽고 학습하는 것, 막을 수 있어야 할까요? 아니면 공개한 순간부터 감수해야 할 일일까요?

구글 DMCA 스크래핑 AI 저작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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