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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 사기를 폭로한 기사가 구글에서 사라졌다 — '평판 관리'라는 이름의 조용한 검열

검색창에 누군가의 이름을 쳤을 때 나오는 결과가 그 사람의 전부라고 믿으시나요. 그런데 만약 그 검색 결과가 누군가에 의해 조용히 ‘편집’되고 있다면 어떨까요. 최근 투자 사기를 폭로한 탐사보도 기사들이 구글 검색에서 사라지는 사례가 잇따르면서, 우리가 매일 의존하는 검색 엔진이 진실의 거울이 아니라 누군가의 손이 닿은 유리창일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먼저 솔직하게 말씀드리겠습니다. 이 주제는 최근 30일 내 커뮤니티 논의가 거의 없었습니다. 그래서 이 글은 실시간 반응보다는 ‘평판 관리’라는 산업의 구조와 디인덱싱이라는 메커니즘 자체를 짚어보는 데 초점을 맞추겠습니다.

기사는 살아있는데, 검색에서는 죽었다

핵심부터 짚겠습니다. 문제가 된 기사는 삭제되지 않았습니다. 원래 게재된 언론사 사이트에는 멀쩡히 살아 있습니다. 그런데 구글에서 관련 인물의 이름을 검색하면 그 기사가 나오지 않습니다. 이것이 바로 디인덱싱입니다.

쉽게 설명드리겠습니다. 인터넷에 글이 존재하는 것과 구글이 그 글을 검색 결과에 보여주는 것은 완전히 다른 문제입니다. 오늘날 대부분의 사람은 URL을 직접 외워서 사이트를 방문하지 않습니다. 검색을 합니다. 그러니까 구글이 어떤 페이지를 색인에서 빼버리면, 그 페이지는 기술적으로는 살아 있어도 실질적으로는 존재하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가 됩니다.

찾을 수 없는 정보는 없는 정보입니다. 이것이 디인덱싱이 무서운 이유입니다.

‘평판 관리’라는 합법적 산업

여기서 등장하는 것이 평판 관리(reputation management) 업계입니다. 이름은 점잖습니다. 하지만 하는 일을 들여다보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이 업계의 일부 사업자들은 의뢰인에게 불리한 검색 결과를 밀어내거나 아예 지워주는 일을 합니다. 방법은 다양합니다. 긍정적인 콘텐츠를 대량으로 만들어 부정적 기사를 검색 2페이지, 3페이지로 밀어내는 방식이 그나마 점잖은 축입니다. 더 공격적인 방법은 구글에 직접 삭제 요청을 넣는 것입니다.

문제는 이 삭제 요청의 명분입니다. 정당한 사유, 예를 들어 명예훼손 판결이나 개인정보 보호 같은 합법적 근거를 활용하는 경우도 있지만, 일부는 허위 저작권 침해 신고나 과장된 프라이버시 주장을 동원합니다.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저작권을 주장하며 “이 기사가 내 콘텐츠를 도용했다"는 식으로 신고를 넣는 것입니다.

투자 사기로 비판받는 인물일수록 이런 서비스에 돈을 쓸 동기와 자금이 충분합니다. 피해자를 만들어 번 돈으로 자신의 흔적을 지우는 셈입니다. 씁쓸한 아이러니입니다.

구글은 어디까지 공모자인가

그렇다면 구글의 책임은 어디서부터 시작될까요. 이 지점이 가장 논쟁적입니다.

구글의 입장은 일관됩니다. 자신들은 신고를 받아 정해진 절차에 따라 처리하는 중립적 플랫폼이라는 것입니다. 저작권 침해 신고가 들어오면 검토하고, 유럽의 ‘잊힐 권리’(right to be forgotten) 요청이 오면 법에 따라 처리한다는 논리입니다.

하지만 비판자들의 지적은 날카롭습니다. 신고의 양이 압도적으로 많아 구글이 모든 건을 꼼꼼히 검증하기 어렵다는 점, 그리고 의심스러우면 일단 내리고 보는 쪽이 구글에게 법적으로 안전하다는 점이 문제입니다. 즉 시스템 자체가 삭제에 유리하게 기울어져 있습니다.

여기서 정보의 비대칭이 발생합니다. 삭제를 요청하는 쪽은 전문 업체를 끼고 조직적으로 움직입니다. 반면 기사를 쓴 기자나 매체는 자기 기사가 색인에서 빠진 사실조차 모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한쪽은 공격하는데 다른 쪽은 자신이 공격당하는지도 모릅니다. 이 불균형이 핵심입니다.

왜 우리 모두의 문제인가

“유명인이나 사기꾼 이야기 아니냐"고 생각하실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건 우리 모두의 문제입니다.

탐사보도의 존재 이유는 권력과 돈을 가진 자를 감시하는 데 있습니다. 그런데 그 보도가 검색에서 지워질 수 있다면, 저널리즘의 효력은 반토막이 납니다. 기자가 몇 달을 들여 사기를 폭로해도, 정작 그 사람과 거래를 앞둔 투자자가 검색으로 그 기사를 찾을 수 없다면 무슨 소용일까요.

더 근본적인 문제는 우리가 검색 결과를 ‘객관적 현실’로 믿는다는 데 있습니다. 우리는 구글이 보여주는 것이 인터넷에 존재하는 정보의 거의 전부라고 무의식적으로 가정합니다. 그 가정이 깨지는 순간, 우리는 누군가 편집한 현실을 진짜 현실로 착각하게 됩니다. 그리고 그 편집은 조용히, 흔적도 없이 이루어집니다.

마무리

기사를 지우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그것을 불태우는 게 아니라, 아무도 찾을 수 없게 만드는 것입니다. 디인덱싱은 검열처럼 보이지 않는 검열이고, 그래서 더 위험합니다. 항의할 대상도, 눈에 보이는 화형식도 없으니까요.

여러분이 검색으로 찾은 어떤 사람에 대한 ‘깨끗한’ 결과는, 정말 그 사람이 깨끗해서일까요, 아니면 누군가 부지런히 청소했기 때문일까요. 다음에 검색창에 이름을 칠 때, 보이지 않는 그 한 줄을 떠올려 보시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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