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노가 데스크톱에 깃발을 꽂다 — Electron·Tauri 천하에 또 하나의 선택지가 필요할까
데스크톱 앱을 웹 기술로 만든다는 발상은 이제 놀랍지 않습니다. 우리가 매일 쓰는 슬랙, VS Code, 디스코드가 전부 그렇게 만들어졌으니까요. 그런데 이 시장에 데노(Deno)가 슬그머니 손을 들었습니다. “서버 런타임 아니었어?“라고 되묻는 분이 많을 텐데요. 바로 그 지점이 이번 이야기의 핵심입니다.
일단 정리: 데스크톱 앱 시장의 지금
웹 기술로 데스크톱 앱을 만드는 방식은 크게 두 진영으로 나뉩니다.
첫 번째는 Electron입니다. 크롬 엔진과 Node.js를 통째로 앱에 넣는 방식인데요. 어떤 OS에서도 똑같이 동작한다는 게 가장 큰 무기입니다. 대신 단점이 명확합니다. 간단한 메모장 앱 하나도 설치 용량이 수백 MB를 넘기고, 메모리도 꽤 잡아먹습니다. 크롬을 통째로 들고 다니니 당연한 결과입니다.
두 번째는 Tauri입니다. 크롬을 끼워 넣는 대신 OS에 이미 깔려 있는 웹뷰(WebView)를 빌려 씁니다. 백엔드는 Rust로 짭니다. 그 결과 용량과 메모리 사용량이 극적으로 줄어듭니다. 2022년에 나온 한 비교 영상은 같은 앱을 두 방식으로 만들었을 때 메모리와 디스크 사용량 차이가 “놀라울 정도(amazing)“라고 표현했는데요. 4만 회 넘게 재생되며 Tauri의 효율을 각인시킨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호환성과 안정성을 원하면 Electron, 가볍고 빠른 걸 원하면 Tauri. 이 구도가 지금까지의 상식이었습니다.
그럼 데노는 어디에 끼어드는 걸까
데노의 강점은 원래 데스크톱과 무관한 곳에 있었습니다. 별도 설정 없이 TypeScript가 바로 돌아가고, 보안 권한을 기본으로 통제하며, 표준 웹 API를 그대로 따른다는 점입니다. 한마디로 “복잡한 설정 없이 깔끔하게 돌아가는 자바스크립트 런타임"을 지향해 왔습니다.
데노가 데스크톱을 노리는 논리는 여기서 출발합니다. Tauri가 가볍긴 한데 백엔드를 Rust로 짜야 한다는 진입 장벽이 있습니다. 자바스크립트 개발자에게 Rust는 또 하나의 언어를 새로 배우는 부담입니다. 반대로 Electron은 익숙한 자바스크립트로 다 되지만 무겁습니다.
데노의 제안은 그 사이를 파고듭니다. 익숙한 자바스크립트와 타입스크립트로 짜되, 무거운 크롬을 통째로 들고 다니지는 말자는 것입니다. “Rust는 배우기 싫고, Electron은 무겁고"라는 어정쩡한 위치의 개발자를 정확히 겨냥한 셈입니다.
정말 또 다른 프레임워크가 필요한가
솔직하게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 있습니다. 개발자 커뮤니티에는 이른바 “또 다른 프레임워크 피로감"이 존재합니다. 매달 새로운 도구가 나오는데, 그때마다 배워야 하나 싶은 회의감입니다. 데노 데스크톱도 이 질문을 피할 수 없습니다.
냉정하게 보면 데노가 넘어야 할 산은 기술이 아니라 생태계입니다. Electron은 10년 넘게 쌓인 라이브러리와 사례, 그리고 VS Code라는 살아 있는 증거가 있습니다. Tauri도 가벼움이라는 명확한 정체성으로 빠르게 팬덤을 만들었습니다. 후발 주자가 비집고 들어가려면 “이것만큼은 데노가 압도적으로 낫다"는 한 방이 필요합니다.
그 한 방의 후보는 결국 개발 경험일 가능성이 큽니다. 설정 파일 없이 바로 실행되고, 타입스크립트가 네이티브로 돌아가며, 보안 권한이 기본 탑재된 환경. 데노가 서버에서 보여준 “그냥 켜면 된다"는 감각을 데스크톱으로 옮겨올 수 있다면 분명 매력적입니다. 다만 그게 생태계의 두께를 이길 만큼 결정적인지는 아직 지켜봐야 합니다.
한 가지 짚고 갈 점
이번 주제는 솔직히 말해 최근 한 달 사이 커뮤니티가 들끓는 뜨거운 화제는 아닙니다. 관련 토론이 활발하게 쏟아지는 단계라기보다는, 데노가 영토를 넓히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초기 국면에 가깝습니다. 그래서 지금은 “데노가 데스크톱 앱의 표준이 됐다"가 아니라 “데노가 그 시장을 진지하게 노리기 시작했다” 정도로 받아들이는 게 정확합니다.
그럼에도 의미는 있습니다. 한때 서버 사이드 자바스크립트에 머물던 런타임들이 이제 데스크톱, 모바일, 엣지까지 영역을 넓히며 부딪치고 있다는 신호이기 때문입니다. 경쟁이 늘어난다는 건 결국 개발자에게 선택지가 많아진다는 뜻입니다.
마무리
데노의 데스크톱 진출은 “이긴다"는 선언이라기보다 “이 판에 끼겠다"는 출사표에 가깝습니다. Electron의 호환성, Tauri의 가벼움 사이에서 데노가 “익숙함과 가벼움의 동시 추구"라는 제3의 자리를 만들 수 있을지가 관건입니다. 여러분이라면 다음 데스크톱 앱을 만들 때, Rust를 새로 배우는 부담과 크롬을 통째로 짊어지는 무게 중에서 무엇을 더 피하고 싶으신가요. 그 답이 데노의 운명을 가를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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