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주고 산 오피스가 '보기 전용'으로 바뀐다 — 영구 라이선스의 죽음
“분명히 돈 주고 샀는데, 왜 갑자기 파일을 못 고치게 막는 거죠?” 최근 Mac에서 Microsoft Office 2019, 2021 영구 라이선스를 구매한 사용자들이 이런 황당한 경험을 하고 있습니다. 어느 날 워드를 열었더니 상단에 빨간 띠가 떠 있고, 문서는 멀쩡히 보이는데 한 글자도 수정할 수가 없습니다. 이게 무슨 일일까요.
“Perpetual” 라이선스가 영구하지 않을 때
먼저 용어부터 짚고 가겠습니다. Microsoft가 그동안 팔아온 Office 제품은 크게 두 가지였습니다. 매달 혹은 매년 돈을 내는 Microsoft 365 구독형, 그리고 한 번 사면 평생 쓴다는 Perpetual License(영구 라이선스)입니다. Office 2019는 약 25만 원, Office 2021은 30만 원대에 판매됐고, 많은 사용자들이 “구독료 내기 싫어서” 일부러 영구 버전을 선택했습니다.
문제는 이 “영구"라는 단어의 정의입니다. Microsoft 약관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영구 라이선스는 “소프트웨어를 사용할 권리를 영구히 가진다"는 의미일 뿐, “모든 기능을 영구히 제공한다"는 약속은 아닙니다. 그리고 이 미세한 차이가 지금 폭탄이 되어 돌아오고 있습니다.
‘보기 전용’ 다운그레이드의 정체
이번에 논란이 된 사례는 macOS 환경에서 두드러집니다. Office 2019의 메인스트림 지원은 2023년에 이미 종료됐고, 확장 지원도 2025년 10월에 끝났습니다. Office 2021도 2026년에 메인스트림 지원이 종료될 예정입니다. 지원이 끝났다는 건 단순히 “보안 업데이트를 안 해준다"는 수준이 아닙니다.
새로운 macOS 버전에 호환되지 않으면 앱이 아예 실행되지 않거나, 실행되더라도 읽기 전용(view-only) 모드로 강제 전환됩니다. 사용자는 자신의 워드 문서, 엑셀 시트를 열어볼 수만 있고 편집은 할 수 없게 됩니다. 사실상 30만 원 주고 산 소프트웨어가 PDF 뷰어 수준으로 다운그레이드되는 셈입니다.
우리가 “샀다"고 믿었던 것의 실체
이 사태가 시사하는 바는 단순한 호환성 문제를 넘어섭니다. 지난 20년간 소프트웨어 업계는 조용히 ‘소유’에서 ‘접근권’으로 비즈니스 모델을 옮겨왔습니다. Adobe가 2013년 Creative Suite를 단종하고 Creative Cloud 구독으로 전환했을 때 사람들은 분노했지만, 결국 받아들였습니다. Microsoft도 같은 길을 걷고 있습니다.
영구 라이선스의 가격이 점점 비싸지고, 신기능은 365 구독에만 제공되며, 결정적으로 OS 호환성이 끊기면 그 “영구” 권리는 실질적으로 무력화됩니다. 법적으로는 여전히 “당신의 라이선스는 유효합니다"라고 말할 수 있지만, 실제로 쓸 수 없다면 그게 무슨 의미일까요.
소비자에게 남은 선택지
당장의 현실적인 대안은 세 가지입니다. 첫째, Microsoft 365 구독으로 전환하는 것. 가장 매끄럽지만 매달 비용이 발생합니다. 둘째, LibreOffice나 Apple iWork(Pages, Numbers, Keynote) 같은 무료 대체재로 갈아타는 것. Mac 사용자라면 iWork는 이미 설치되어 있고 .docx, .xlsx 호환성도 꽤 좋아졌습니다. 셋째, 구형 macOS를 그대로 유지하며 Office도 함께 박제하는 것. 보안상 권장하기 어렵습니다.
근본적으로는 소프트웨어 구매 시 ‘영구’라는 단어를 의심하는 습관이 필요해졌습니다. 약관 어디에 “운영체제 호환성을 보장한다"는 문구가 있는지, 지원 종료 시 어떻게 처리되는지 확인하지 않으면 같은 일이 반복됩니다.
마무리
디지털 시대의 소유권은 점점 더 모호해지고 있습니다. 음악도, 영화도, 책도, 그리고 이제 업무 도구까지 우리는 ‘빌려 쓰는’ 시대로 진입했습니다. 30만 원짜리 Office가 어느 날 뷰어로 변하는 경험은 그저 시작일지도 모릅니다. 여러분이 지금 “내 것"이라고 믿는 디지털 자산 중 진짜 영구히 당신 것인 게 얼마나 될까요. 한 번쯤 라이선스 약관을 다시 들여다볼 때가 된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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