킥스타터 성인 콘텐츠 금지 사태, 진짜 검열자는 결제대행사였다
크라우드펀딩 플랫폼 킥스타터가 최근 성인 콘텐츠 프로젝트를 사실상 전면 금지하면서 크리에이터 커뮤니티가 들끓고 있습니다. 그런데 흥미로운 점은 따로 있는데요. 이번 결정의 진짜 주인공이 킥스타터가 아니라는 사실입니다. 인디 코믹 크리에이터들을 다루는 유튜브 채널 JDA Talks Comics는 5월 1일 올린 영상에서 “결제대행사가 킥스타터의 손을 강제로 비틀었다”고 단도직입적으로 지적했습니다.
이 영상은 조회수 930회에 좋아요 90개로 수치 자체는 크지 않지만, 인디 출판 씬에서 오랫동안 곪아온 문제를 정면으로 건드렸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습니다. 플랫폼 정책이라는 외피 뒤에 숨은 진짜 결정권자가 누구인지를 묻는 질문이거든요.
킥스타터가 아니라 비자와 마스터카드가 결정한다
표면적으로 보면 이번 사태는 킥스타터의 자체 정책 변경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업계 안팎에서 반복적으로 지적되는 패턴은 명확합니다. 결제대행사, 그러니까 비자, 마스터카드, 페이팔, 스트라이프 같은 회사들이 특정 콘텐츠를 다루는 플랫폼에 압박을 가하면 플랫폼은 선택의 여지가 없습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결제망에서 차단되는 순간 그 플랫폼은 끝이거든요. 사용자가 카드로 결제할 수 없는 크라우드펀딩 사이트가 무슨 의미가 있겠습니까. 그래서 플랫폼은 결제대행사가 “이 카테고리는 위험하니 정리하라"고 하면 따를 수밖에 없습니다.
폰허브, 온리팬스, 그리고 이제 킥스타터
이 패턴은 처음이 아닙니다. 2020년 폰허브가 비자와 마스터카드의 결제 차단 위협에 1천만 개가 넘는 영상을 삭제했던 사건이 대표적이죠. 2021년에는 온리팬스가 성인 콘텐츠 전면 금지를 선언했다가 크리에이터들의 반발과 사업 모델 붕괴 우려로 며칠 만에 철회한 일도 있었습니다. 그 배경에도 결제대행사의 압박이 있었다는 게 정설입니다.
이번 킥스타터 사태도 같은 각본입니다. 인디 그래픽노블, 성인 보드게임, 어덜트 일러스트북 같은 프로젝트들이 무더기로 차단되거나 검토 단계에서 멈춰버렸습니다. 크리에이터들 입장에서는 합법적인 콘텐츠인데도 자금 조달 경로 자체가 막혀버린 셈이죠.
왜 결제대행사가 도덕 경찰이 됐나
여기서 의문이 듭니다. 카드사가 왜 콘텐츠 검열을 할까요. 답은 리스크 관리입니다. 성인 콘텐츠는 환불 청구(chargeback) 비율이 높고, 법적 분쟁 가능성도 크고, 무엇보다 보수 단체들의 압박 타깃이 되기 쉽습니다. 미국의 종교 보수 단체 Exodus Cry 같은 곳이 카드사를 직접 압박해온 사례가 잘 알려져 있죠.
카드사 입장에서는 매출의 극히 일부인 성인 콘텐츠 카테고리를 지키느라 평판 리스크와 소송 리스크를 떠안을 이유가 없습니다. 그래서 “그냥 다 막아"가 가장 합리적인 비즈니스 판단이 됩니다. 문제는 이 합리적 판단이 표현의 자유라는 가치와 정면으로 충돌한다는 점입니다.
새로운 게이트키퍼의 시대
예전에는 콘텐츠 검열을 누가 하느냐고 물으면 정부, 통신사, 플랫폼 같은 답이 나왔습니다. 하지만 2020년대 중반에 들어서면서 답이 바뀌었습니다. 인터넷의 진짜 검열자는 결제 인프라입니다. 표현의 자유는 법으로 보장돼 있어도, 그 표현으로 돈을 받을 수 없으면 사실상 침묵당하는 것과 같거든요.
이게 무서운 이유는 결제대행사가 민간 기업이기 때문입니다. 정부의 검열에는 헌법소원이라도 걸 수 있지만, 비자가 “당신 카테고리는 안 받아"라고 하면 법적으로 다툴 여지가 거의 없습니다. 공정거래 관점에서 문제 제기가 가능하긴 하지만, 실제로 결제망에서 배제된 사업자가 이를 뒤집은 사례는 손에 꼽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무엇을 봐야 하나
킥스타터 사태는 단순히 성인 콘텐츠 이슈가 아닙니다. 인프라를 장악한 소수의 사업자가 콘텐츠 생태계 전체를 좌우하는 구조가 얼마나 견고해졌는지를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다음 차례는 무엇일까요. 정치적으로 논쟁적인 콘텐츠? 특정 종교나 이념을 다루는 작품? 결제대행사가 “리스크"라고 판단하는 순간 무엇이든 막힐 수 있다는 게 핵심입니다.
암호화폐 결제, 분산형 펀딩 플랫폼 같은 대안이 거론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다만 이런 대안들은 아직 결제 편의성과 신뢰성 면에서 주류 결제망을 대체하기엔 갈 길이 멉니다. 여러분은 이 상황을 어떻게 보시나요. 결제대행사의 자율적 판단으로 봐야 할까요, 아니면 새로운 형태의 검열로 봐야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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