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존 직원들이 'AI 토큰을 더 써라' 압박에 시달린다는데
요즘 빅테크 직원들 사이에서 묘한 신조어가 돌고 있습니다. “토큰맥싱(tokenmaxxing)". 헬스장에서 근육을 최대로 키운다는 ‘맥싱’ 문화에서 따온 말인데, 이게 AI 사용량을 어떻게든 늘려야 하는 직장인들의 처지를 비꼬는 말이 됐습니다. 특히 아마존 내부에서 이 단어가 자주 등장하고 있다고 합니다.
“AI 안 쓰면 평가가 안 좋다"는 압박
지난 1년간 빅테크에서 가장 빠르게 퍼진 정책 하나는 ‘AI 사용 의무화’입니다. 마이크로소프트가 먼저 시작했고, 구글, 메타, 그리고 아마존이 그 뒤를 따랐습니다. 처음엔 “AI 도구를 적극 활용하자"는 권장 수준이었는데, 어느 순간 인사평가의 한 축이 되어버렸습니다.
특히 아마존 내부 분위기는 좀 더 노골적이라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토큰 사용량이 개인 KPI로 추적되고, 매니저가 팀별 AI 사용량 리포트를 받아본다는 겁니다. 어떤 직원은 익명 게시판에서 “코드 한 줄 짜면 될 일을 일부러 Claude한테 물어보고 다시 다듬는다"고 토로했습니다. 토큰을 쓰기 위해 일을 만드는 셈입니다.
도구가 목적이 되는 순간
생산성을 높이려고 도입한 도구가 생산성 측정 지표가 되면 이상한 일이 벌어집니다. 경제학에서 굿하트의 법칙(Goodhart’s Law)이라고 부르는 현상인데요, “측정값이 목표가 되는 순간, 그것은 좋은 측정값이기를 멈춘다"는 이야기입니다.
지금 아마존에서 벌어지는 일이 딱 그렇습니다. AI를 쓰면 일이 빨라진다는 가설로 시작했는데, 이제는 AI를 안 쓰면 일을 안 한 것처럼 보인다는 인식이 자리잡았습니다. 그래서 직원들은:
- 이미 답을 아는 문제도 AI에게 한 번 더 물어보고
- 짧게 끝낼 대화를 일부러 길게 늘리고
- 굳이 필요 없는 코드 리뷰까지 AI를 거치게 합니다
겉으로 보면 ‘AI 도입률 95%’ 같은 화려한 숫자가 찍히지만, 실제로 도구가 사람의 일을 줄여주고 있는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왜 하필 토큰인가
토큰(token)은 AI 모델이 텍스트를 처리하는 최소 단위입니다. 단어 하나가 대략 1~2 토큰 정도 됩니다. 회사 입장에서 토큰은 측정 가능한 숫자입니다. 정성적인 “AI 활용도"보다 정량적인 “월 평균 토큰 사용량"이 매니저에게 훨씬 다루기 편하죠.
문제는 이 숫자가 일의 질을 전혀 반영하지 못한다는 점입니다. 짧고 정확한 프롬프트 하나로 문제를 해결한 사람보다, 같은 질문을 다섯 번 다르게 물어본 사람이 ‘더 열심히 AI를 쓴 사람’으로 평가됩니다. 비효율이 미덕이 되는 평가 시스템입니다.
직원들의 진짜 속내
물론 모든 직원이 AI를 거부하는 건 아닙니다. 실제로 코딩, 문서 작성, 회의록 정리 같은 영역에서 AI는 분명 도움이 됩니다. 다만 강제와 자발의 차이는 큽니다.
내부 분위기를 전하는 한 직원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내가 필요해서 쓸 때는 도구지만, 회사가 쓰라고 할 때는 감시 장치다.” 강요된 채택은 결국 형식적 사용으로 이어지고, 형식적 사용은 데이터를 오염시킵니다. 경영진은 ‘우리 직원들이 AI를 잘 쓴다’고 믿지만, 정작 현장에서는 토큰을 채우기 위한 노동이 추가됐을 뿐입니다.
이 풍경이 말해주는 것
AI 도입은 분명 거스를 수 없는 흐름입니다. 하지만 도구를 잘 쓰는 조직과 도구에 끌려다니는 조직은 다릅니다. 도구가 일을 도와주는 게 아니라 도구를 쓰는 것 자체가 일이 되는 순간, 그 조직은 길을 잃은 겁니다.
당신의 회사는 어떤가요? AI를 잘 활용하고 있다고 말할 때, 그 근거가 ‘실제로 일이 줄었다’인지 ‘토큰 사용량이 늘었다’인지 한번 돌아볼 만한 시점입니다. 측정하기 쉬운 것을 측정하다 보면, 정작 중요한 것은 측정하지 못하게 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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