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개발자를 대체한다더니… 시타델은 왜 엔지니어를 폭풍 채용하고 있을까
“AI가 개발자를 대체한다"는 말, 작년부터 정말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으셨을 겁니다. 클로드 코드, 커서, 코파일럿이 코드를 쏟아내면서 “주니어 개발자는 이제 끝났다"는 단정적 헤드라인도 넘쳐났는데요. 그런데 정작 월스트리트의 가장 똑똑하다는 회사 중 하나, 시타델 시큐리티즈는 2026년 들어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채용을 오히려 큰 폭으로 늘리고 있습니다.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요.
채용 폭증의 배경, 단순한 인력 충원이 아니다
시타델 시큐리티즈는 글로벌 마켓메이킹 시장의 약 23%를 점유하는 거대 사인데요. 이 회사가 엔지니어를 더 뽑는다는 건 “사람이 부족해서"가 아닙니다. 오히려 그 반대입니다.
핵심은 레버리지입니다. AI 도구가 한 명의 엔지니어가 처리할 수 있는 코드량을 2~3배로 끌어올리면, 회사 입장에서는 엔지니어 한 명의 ROI가 그만큼 좋아진 셈이죠. 그러면 합리적인 결론은 “엔지니어를 줄이자"가 아니라 “엔지니어를 더 뽑아서 더 많은 시스템을 만들자"가 됩니다. 경제학에서 말하는 제본스 역설(효율이 좋아지면 수요가 더 늘어난다)이 그대로 작동하고 있는 겁니다.
“주니어 개발자가 사라진다"는 서사의 함정
작년 한 해, 빅테크 CEO들의 발언이 미디어를 도배했습니다. “올해 안에 코드의 30%는 AI가 짠다”, “주니어 개발자 자리는 위협받고 있다” 같은 말들이죠. 그런데 이 말들에는 한 가지 공통점이 있었습니다. 화자가 모두 AI 모델을 파는 회사의 CEO였다는 점입니다.
반면 시타델 같은 곳은 AI를 파는 게 아니라 AI를 실제로 써서 돈을 버는 회사인데요. 이쪽에서 나오는 시그널이 훨씬 더 현실에 가깝습니다. 그리고 그 시그널은 명확합니다. 엔지니어 수요는 줄지 않았다, 오히려 늘었다.
그렇다면 어떤 엔지니어가 더 필요한가
다만 솔직히 말해야 할 부분도 있습니다. “엔지니어 채용이 늘고 있다"가 곧 “아무나 다 뽑는다"는 뜻은 아닙니다.
시타델이 뽑는 엔지니어 프로파일을 보면 몇 가지 특징이 보입니다. 첫째, 저지연 시스템이나 분산 처리 같은 깊은 시스템 지식을 가진 사람. 둘째, AI 도구를 적극적으로 활용해서 자기 생산성을 끌어올릴 줄 아는 사람. 셋째, 비즈니스 도메인(트레이딩, 리스크)을 이해하고 코드로 번역할 줄 아는 사람입니다.
쉽게 말해 “튜토리얼 보고 CRUD 만드는 수준"의 일은 줄어들고, “AI가 만든 코드를 검토하고 시스템 전체를 설계할 수 있는 수준"의 일은 더 귀해진 겁니다. 평균이 사라지고 양극화되고 있다고 보는 게 정확합니다.
우리가 진짜 봐야 할 신호
시타델의 채용 데이터가 의미 있는 건, 이게 단순한 한 회사의 이야기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JP모건, 점프 트레이딩, 투 시그마 같은 곳들도 비슷한 패턴을 보이고 있고요. AI를 가장 빠르게 도입한 산업이 정작 엔지니어를 더 뽑고 있다는 건, 우리가 들어온 “AI 대체론"이 적어도 단기·중기적으로는 과장됐다는 강력한 증거입니다.
물론 5년, 10년 뒤는 또 다를 수 있습니다. 다만 지금 이 순간, 채용 시장의 1차 데이터는 미디어 헤드라인과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다는 것만큼은 분명합니다.
마무리
“AI가 개발자를 대체한다"는 단정 대신, “AI가 어떤 개발자를 더 가치 있게 만드는가"라는 질문이 훨씬 더 유용한 시대가 됐습니다. 시타델의 채용 폭증은 우리에게 묻고 있습니다. 당신은 AI에게 대체되는 쪽인가요, 아니면 AI를 무기로 들고 더 많이 만들어내는 쪽인가요. 답은 결국 각자의 선택에 달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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