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이 앤트로픽에 또 400억 달러? AI 순환 투자가 만든 이상한 풍경
블룸버그가 어제(4월 24일) 단독으로 보도한 한 줄짜리 뉴스가 테크 업계를 흔들었습니다. 구글이 앤트로픽에 최대 400억 달러를 추가 투자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라는 내용인데요. 숫자만 보면 그냥 또 하나의 빅딜처럼 보이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지금 AI 산업에서 벌어지는 가장 이상한 현상이 압축되어 있습니다. 돈이 어딘가로 흘러가는 게 아니라, 빅테크와 AI 랩 사이를 빙글빙글 돌고 있다는 겁니다.
400억 달러, 그 자체로도 비현실적인 숫자
블룸버그 테크놀로지 채널에 24일 올라온 보도에 따르면 구글의 추가 투자 규모는 최대 400억 달러에 달합니다. 한화로 약 56조 원입니다. 이 영상은 하루 만에 1만 3천 회 이상 조회되며 빠르게 확산됐습니다.
구글은 이미 앤트로픽의 주요 투자자입니다. 2023년부터 누적으로 수십억 달러를 투입했고, 클라우드 파트너십까지 묶여 있죠. 여기에 400억 달러가 더해진다면, 한 회사가 단일 AI 스타트업에 쏟는 금액으로는 사실상 전례 없는 수준이 됩니다.
비교를 해보면 감이 옵니다. 마이크로소프트가 OpenAI에 누적 투자한 금액이 약 130억 달러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런데 구글은 단일 라운드로 그 세 배를 검토하고 있다는 거죠.
앤트로픽이 매출 300억 달러로 OpenAI를 추월했다는 보도
투자 규모를 이해하려면 앤트로픽이 지금 어디까지 와 있는지를 먼저 봐야 합니다. 4월 16일 한 AI 뉴스 채널은 앤트로픽이 연 매출 300억 달러를 돌파하며 OpenAI를 앞질렀다는 분석을 내놨습니다.
불과 1년 전만 해도 앤트로픽은 “OpenAI의 대안” 정도로 평가받았는데요. Claude 모델이 코딩 작업과 엔터프라이즈 영역에서 강력한 입지를 다지면서, B2B 매출 기준으로는 오히려 OpenAI를 넘어섰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구글이 400억 달러를 더 넣으려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앤트로픽은 더 이상 헷지(hedge)가 아니라 실질적 매출을 만들어내는 자산입니다. 구글 클라우드 입장에서는 Claude를 자사 인프라 위에서 돌리게 만들수록, AWS와 Azure에서 빼앗아올 수 있는 워크로드가 늘어납니다.
그런데 이 돈, 어디로 흘러갈까요
여기서부터가 진짜 흥미롭습니다. 구글이 앤트로픽에 400억 달러를 투자하면, 그 돈의 상당 부분은 결국 구글 클라우드 사용료로 다시 구글에 돌아옵니다. 앤트로픽은 자체 데이터센터가 없으니까요. 그리고 일부는 GPU 구매를 위해 엔비디아로 가고, 또 일부는 아마존 AWS로도 흐릅니다. 앤트로픽이 아마존과도 클라우드 계약을 맺고 있기 때문이죠.
업계에서는 이런 구조를 “순환 투자(circular deals)"라고 부르기 시작했습니다. 4월 7일 한 AI 분석 채널은 “2,420억 달러 규모의 AI 거래들이 어떻게 경쟁 구도를 무너뜨리는가"라는 제목의 영상에서 이 패턴을 짚었는데요. 빅테크가 AI 랩에 투자 → AI 랩이 그 돈으로 빅테크 클라우드 구매 → 빅테크 매출 증가 → 다시 AI 랩에 투자, 라는 순환이 점점 더 거대해지고 있다는 겁니다.
회계적으로는 매출, 실질적으로는?
이 구조의 가장 큰 문제는 회계 장부와 실물 경제의 괴리입니다. 구글 클라우드 매출 100억 달러 중 상당 부분이 자기가 투자한 회사가 자기에게 결제한 금액이라면, 그게 진짜 시장의 수요를 반영하는 매출일까요?
오라클이 OpenAI와 맺은 3,000억 달러 클라우드 계약, 마이크로소프트의 OpenAI 지분, 엔비디아가 코어위브에 투자하고 코어위브는 다시 엔비디아 GPU를 사는 구조까지. 이 모든 거래의 공통점은 같은 풀(pool) 안에서 돈이 회전한다는 것입니다.
물론 실수요도 분명히 있습니다. 기업들이 Claude나 GPT API를 결제하는 것은 진짜 매출이죠. 하지만 그 비중이 어느 정도이고, 순환 거래가 어느 정도인지를 구분하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이게 거품인가, 새로운 산업 구조인가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의견이 갈립니다. 한쪽에서는 “결국 AI 인프라에 들어가는 자본 지출은 실물이고, 닷컴 버블 때 깔린 광케이블이 이후 20년의 인터넷 경제를 떠받쳤듯 지금의 GPU와 데이터센터도 그럴 것"이라고 봅니다.
다른 한쪽에서는 “특정 몇 개 회사 사이에서 돈이 도는 구조가 무너지는 순간, 매출도 함께 증발한다"고 경고합니다. OpenAI가 흔들리면 마이크로소프트 클라우드 매출이 흔들리고, 앤트로픽이 흔들리면 구글 클라우드와 AWS가 동시에 흔들리는 구조니까요.
마무리
400억 달러는 그 자체로도 충격적인 숫자지만, 더 충격적인 건 이게 이제 놀랍지도 않은 풍경이 되어가고 있다는 점입니다. 불과 2-3년 전만 해도 1억 달러 시드 투자도 화제였는데, 이제는 수백억 달러 단위가 분기마다 발표되고 있습니다.
여러분은 어떻게 보시나요? 지금의 AI 투자 광풍이 인터넷 시대 초기처럼 미래를 미리 깔아두는 자본 지출일까요, 아니면 같은 돈이 빙글빙글 돌면서 부풀려지는 회계적 환상일까요. 어쩌면 그 둘이 동시에 진행되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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