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9년째 날아가는 보이저 1호, NASA가 계측기를 하나씩 끄는 이유
1977년에 발사된 탐사선이 2026년 지금도 지구와 통신하고 있다면 믿으시겠습니까. 보이저 1호 이야기인데요. 지구에서 250억 km 넘게 떨어진 이 오래된 기계를 살리기 위해, NASA 엔지니어들은 최근 또 하나의 과학 계측기를 껐습니다. 49년째 이어지는 이 조용한 사투가 왜 엔지니어링의 결정판이라 불리는지 살펴보겠습니다.
전기가 부족해서 끄는 겁니다
보이저 1호의 전력원은 플루토늄-238을 태우는 방사성동위원소 열전기 발전기(RTG)입니다. 태양에서 너무 멀리 떨어져 있어 태양광 패널이 무용지물이기 때문인데요. 문제는 이 발전기가 매년 약 4와트씩 출력이 줄어든다는 점입니다.
발사 당시 470와트였던 출력은 현재 200와트대 초반까지 떨어졌습니다. 백열전구 두 개 정도의 전력으로 초당 17km씩 우주를 가르는 탐사선을 돌리고 있는 셈입니다. 계측기 하나하나가 수 와트씩 먹다 보니, 살리고 싶으면 꺼야 합니다.
어떤 계측기를 껐나
이번에 전원이 차단된 것은 플라즈마파 계측기 계열 장비입니다. 성간 공간의 전자 밀도와 파동을 측정하던 장치인데요. 2025년 초 자기장 계측기를 비활성화한 데 이어, 이번이 추가 조치입니다.
NASA 제트추진연구소(JPL)는 앞으로도 순차적으로 계측기를 꺼나갈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목표는 단 하나, 2030년대까지 최소한의 통신을 유지하는 것입니다. 탐사선이 성간 공간 깊숙이 보내는 데이터는 지금 이 순간에도 지구에서 얻을 수 없는 유일한 정보이기 때문입니다.
23시간 걸리는 명령어 송신
보이저 1호에 명령을 보내면, 빛의 속도로도 편도 약 23시간이 걸립니다. “이 스위치를 꺼라"라는 한 줄 명령을 보내고 결과를 확인하려면 거의 이틀을 기다려야 한다는 뜻인데요. 그마저도 1970년대에 설계된 FORTRAN과 어셈블리 코드 기반의 시스템에서 작동합니다.
유튜브 채널 The Physics According to Feynman이 최근 공개한 영상에서도 지적한 부분이 있습니다. 현재 JPL에는 보이저 시스템을 완벽히 이해하는 원로 엔지니어가 한 손에 꼽힐 정도로 남아 있고, 기술 매뉴얼 상당수가 마이크로필름이나 종이 문서라는 사실입니다. 이번 계측기 종료 역시 수개월에 걸친 모의 실험과 크로스체크 끝에 실행되었습니다.
2024년 메모리 오류의 교훈
2024년 말, 보이저 1호는 46년 만의 가장 심각한 위기를 맞았습니다. 비행 데이터 시스템(FDS) 메모리 칩 일부가 고장 나면서 지구로 알아들을 수 없는 신호만 보내기 시작한 사건인데요. JPL 팀은 결국 망가진 칩에 있던 코드를 다른 메모리 영역으로 재배치하는 패치를 보내 탐사선을 되살렸습니다.
이 사건 이후 NASA의 기조가 바뀌었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과학 데이터를 최대한 뽑아내는” 모드에서 “생존을 최우선으로 하는” 모드로 전환한 것입니다. MIT 미디어랩의 Beyond the Cradle 2026 행사에서도 이 전환 과정이 우주 장기 운용의 중요한 케이스로 소개되기도 했습니다.
인류가 남긴 가장 먼 편지
보이저 1호는 단순한 탐사선이 아닙니다. 칼 세이건이 기획한 골든 레코드를 싣고 성간 공간을 항해하는, 인류가 쏘아올린 일종의 시간 캡슐입니다. 지구가 사라진 뒤에도 이 황금 디스크는 몇십억 년간 우주를 떠돌 것입니다.
엔지니어들이 계측기를 하나씩 끄는 일은 단순한 절전 조치가 아닙니다. 인류 역사상 가장 멀리 간 물건과의 마지막 대화를 조금이라도 더 길게 이어가려는 애틋한 작업입니다. 통신이 완전히 끊기는 날은 2030년대 어느 시점이 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마무리하며
50년 가까이 작동하는 기계를 설계한 1970년대 엔지니어들의 과잉 설계(over-engineering)가 얼마나 경이로운지 새삼 느끼게 됩니다. 동시에 소프트웨어 한 줄, 전력 1와트를 아끼기 위해 23시간의 응답 지연을 감수하는 현재의 팀도 놀랍습니다. 당신은 지금 쓰고 있는 제품이 50년 뒤에도 작동할 거라고 자신할 수 있으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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