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에 대한 폭력적 저항이 시작된다 — 21세기 러다이트 운동은 이미 예고되었다
1811년 영국 노팅엄. 방직공들이 한밤중에 공장에 침입해 기계를 부쉈습니다. 역사는 이들을 ‘러다이트’라 불렀고, 결국 진압당한 실패한 저항으로 기록했습니다. 그런데 2026년, 놀라울 정도로 비슷한 긴장감이 감지되고 있습니다. AI가 화이트칼라 일자리까지 빠르게 대체하면서, “이번에는 누가 기계를 부수러 갈 것인가"라는 질문이 더 이상 농담이 아니게 되었습니다.
숫자가 말해주는 불안의 규모
2025년 한 해 동안 글로벌 테크 기업들이 발표한 AI 관련 구조조정 인원은 15만 명을 넘겼습니다. 콜센터, 번역, 기초 코딩, 그래픽 디자인 — 한때 ‘안전하다’고 여겨졌던 직군들이 줄줄이 자동화 리스트에 올랐습니다. IMF는 선진국 일자리의 약 60%가 AI의 영향권에 있다고 경고한 바 있고, 그 전망치는 해가 갈수록 상향 조정되고 있습니다.
문제는 속도입니다. 산업혁명 때 기계가 수공업을 대체하는 데는 수십 년이 걸렸습니다. 지금 AI는 몇 달 단위로 새로운 직군을 위협합니다. 사람이 적응할 시간이 주어지지 않는다는 것, 이것이 저항의 불씨가 됩니다.
이미 나타나고 있는 징후들
아직 공장을 부수는 수준은 아닙니다. 하지만 징후는 곳곳에 있습니다.
2023년 할리우드 작가와 배우들의 파업은 AI 대체에 대한 최초의 대규모 집단행동이었습니다. 이후 각국에서 AI 관련 노동쟁의가 이어졌습니다. 2025년에는 유럽 여러 도시에서 자율주행 택시에 대한 시위가 벌어졌고, 일부에서는 차량 파손 사건도 보고되었습니다. 미국에서는 Waymo 차량이 반복적으로 훼손되는 사건이 이미 뉴스가 되었고요.
온라인 커뮤니티의 분위기도 심상치 않습니다. “AI 기업 데이터센터에 대한 물리적 저항이 정당한가"라는 주제의 토론이 레딧과 각종 포럼에서 반복적으로 등장하고 있습니다. 물론 대부분은 사고실험 수준이지만, 이런 담론 자체가 형성된다는 것이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러다이트가 틀리지 않았던 이유
여기서 한 가지 짚고 넘어갈 것이 있습니다. 역사 교과서는 러다이트를 ‘기술을 두려워한 무지한 사람들’로 그리지만, 실상은 달랐습니다.
러다이트들은 기술 자체를 반대한 게 아니었습니다. 그들이 분노한 건 이익의 분배 구조였습니다. 기계가 만들어낸 생산성 향상의 과실이 공장주에게만 돌아가고, 노동자에게는 해고 통보만 남았기 때문입니다. 2026년의 상황이 정확히 같습니다. AI로 기업 생산성은 치솟지만, 해고된 직원에게 돌아가는 것은 없습니다.
MIT 경제학자 대런 아세모글루는 이를 두고 “기술 발전이 자동으로 모두에게 이익이 된다는 것은 신화"라고 오래전부터 경고해왔습니다. 기술 자체가 아니라, 기술을 둘러싼 제도와 정책의 부재가 저항을 낳는 것입니다.
폭력은 답이 아니지만, 무시도 답이 아니다
분명히 해둘 것이 있습니다. 폭력적 저항은 역사적으로 거의 성공하지 못했습니다. 러다이트 운동도 결국 군대에 의해 진압되었고, 기계화는 멈추지 않았습니다. AI도 마찬가지일 겁니다. 데이터센터를 부순다고 LLM이 사라지지 않습니다.
하지만 저항의 가능성을 무시하는 것도 위험합니다. 사회적 안전망 없이 자동화를 밀어붙이면, 그 반작용은 예측 불가능한 형태로 나타납니다. 이미 일부 전문가들은 AI 인프라가 새로운 형태의 사보타주 대상이 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습니다. 해저 케이블, 데이터센터, GPU 공급망 — 물리적으로 취약한 지점은 생각보다 많습니다.
진짜 해법은 기술을 멈추는 것이 아니라, 전환의 고통을 분담하는 구조를 만드는 것입니다. AI 수익에 대한 과세, 대규모 재교육 프로그램, 보편적 기본소득 실험 — 이런 논의가 구호에서 실행으로 넘어가야 할 시점입니다.
한국은 어디쯤 와 있나
한국도 예외가 아닙니다. AI 도입 속도는 빠른데, 노동 전환 논의는 느립니다. 최근 AI 스타트업들의 급성장과 대기업의 AI 전환 가속 속에서, 중간 숙련 사무직의 불안감은 커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정치권의 대응은 여전히 “AI 강국"이라는 구호에 머물러 있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한국의 강력한 노동운동 전통입니다. 1980년대 노동자 대투쟁의 경험이 있는 사회에서, AI로 인한 대규모 일자리 변동이 일어난다면 그 반응이 다른 나라보다 조직적이고 강렬할 수 있습니다. 이것은 위기일 수도 있지만, 제대로 된 사회적 합의를 끌어낼 동력이 될 수도 있습니다.
200년 전 러다이트들이 망치를 들었을 때, 그들이 진짜 부수고 싶었던 것은 기계가 아니라 불공정한 시스템이었습니다. 2026년, AI 시대의 우리에게 같은 질문이 던져지고 있습니다. 기술이 만드는 부를 어떻게 나눌 것인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을 너무 늦게 내놓으면, 역사는 반복될 수 있습니다. 다만 이번에는 망치 대신 무엇을 들게 될지, 아무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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