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가 자사 고소 광고를 삭제하고 있다 — 플랫폼이 법정까지 검열하면 누가 막나
미국 전역에서 수백 건의 소송이 메타를 향하고 있습니다. 아동·청소년의 소셜미디어 중독에 책임이 있다는 내용인데요. 그런데 이 소송에 참여할 원고를 모집하는 법률 광고가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에서 조용히 사라지고 있습니다. 피고가 법정 접근 자체를 차단하는 상황, 괜찮은 걸까요.
수천 건의 소송, 그리고 사라지는 광고
2023년부터 미국 각 주 법무장관과 수백 개 학군, 그리고 수천 명의 개별 원고가 메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해왔습니다. 핵심 쟁점은 하나입니다. 인스타그램과 페이스북이 의도적으로 중독성 있는 알고리즘을 설계해 미성년자에게 정신 건강 피해를 입혔다는 것이죠.
이런 소송에 합류하려면 원고가 먼저 존재를 알아야 합니다. 미국의 법률사무소들은 전통적으로 TV, 라디오, 그리고 당연히 소셜미디어에 광고를 집행합니다. 문제는 메타가 바로 이 법률 광고를 자사 플랫폼에서 차단하거나 삭제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피고가 배심원 모집을 막는 구조
일반적인 소송을 떠올려 보세요. 원고 측 변호사가 피해자를 찾기 위해 광고를 냅니다. 광고가 실린 매체는 보통 소송과 무관한 제3자입니다. 신문이든, 방송이든, 중립적 플랫폼이죠.
그런데 소셜미디어 중독 소송에서는 구조가 완전히 다릅니다. 피고(메타)가 곧 광고 플랫폼입니다.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모여 있는 바로 그 공간을 메타가 운영하고 있으니까요. 메타가 광고를 삭제하면, 잠재적 원고는 소송의 존재 자체를 알 수 없게 됩니다.
이것은 단순한 광고 정책 문제가 아닙니다. 사법 접근권의 문제입니다.
메타의 입장: “정책 위반”
메타 측은 이런 광고 차단이 특정 소송을 겨냥한 것이 아니라, 기존 광고 정책을 적용한 결과라고 설명합니다. 메타의 광고 가이드라인에는 “개인 건강 상태를 암시하는 타겟팅"을 금지하는 조항이 있고, 법률 광고가 이를 위반할 수 있다는 논리입니다.
하지만 비판자들은 이 정책이 선택적으로 적용된다고 지적합니다. 교통사고 소송이나 약물 부작용 소송 광고는 수년간 페이스북에서 자유롭게 집행되어 왔으니까요. 유독 메타 자신이 피고인 소송에 대한 광고만 엄격하게 걸러지는 것은 우연으로 보기 어렵습니다.
플랫폼 권력의 새로운 차원
이 사안이 불편한 이유는 플랫폼 권력의 범위를 다시 생각하게 만들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이미 플랫폼이 뉴스를 걸러내고, 정치적 발언을 조절하고, 콘텐츠의 도달 범위를 결정하는 세상에 살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자신을 상대로 한 법적 절차까지 통제할 수 있다면, 이것은 완전히 다른 차원의 문제입니다.
전통 미디어 시대에는 불가능했던 일입니다. 신문사가 자신을 고소하는 광고를 거부할 수는 있었지만, 사람들이 정보를 얻는 채널이 다양했으니까요. 지금은 다릅니다. 메타의 월간 활성 사용자는 30억 명이 넘습니다. 전 세계 인터넷 사용자의 절반 가까이가 매달 메타의 플랫폼을 이용합니다. 대체 채널이 이론적으로는 존재하지만, 실질적 도달력에서 비교가 되지 않습니다.
규제의 딜레마
이 상황을 법적으로 어떻게 다룰 수 있을까요. 현재 미국법상 소셜미디어 플랫폼은 통신품위법 230조에 의해 콘텐츠 편집 재량을 폭넓게 보장받고 있습니다. 어떤 광고를 싣고 거부할지는 원칙적으로 플랫폼의 자유입니다.
그러나 법학자들 사이에서는 이 자유가 사법 접근권을 침해하는 데까지 확장되어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일부 의원들은 “소송 관련 정보의 유통을 피고 기업이 자의적으로 차단하는 행위"를 금지하는 별도 입법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EU의 디지털서비스법(DSA)도 참고할 만합니다. DSA는 초대형 플랫폼에게 콘텐츠 조절 결정의 투명성과 이의제기 절차를 의무화하고 있는데요. 이런 프레임워크가 법률 광고 차단에도 적용될 수 있을지 주목할 부분입니다.
심판이 경기장을 소유한 시대
메타의 법률 광고 차단은 하나의 사례이지만, 드러내는 구조적 문제는 훨씬 큽니다. 플랫폼이 정보 유통의 인프라이자 동시에 이해당사자일 때, 우리는 누구에게 견제를 맡길 수 있을까요.
전통적으로 언론이 권력을 감시했고, 법원이 분쟁을 해결했습니다. 그런데 권력 감시와 분쟁 해결로 가는 통로 자체를 특정 기업이 쥐고 있다면, 기존의 견제 시스템은 작동하기 어렵습니다. 메타가 “우리 정책에 따른 것"이라고 말할 때, 그 정책을 검증할 수 있는 외부 기관이 있는지 한번 생각해 볼 문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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