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재하지 않는 가수가 아이튠즈 차트 11곳을 점령했습니다
아이튠즈 싱글 차트를 열어보면 낯선 이름이 눈에 띕니다. 에디 달튼(Eddie Dalton). 이 이름이 차트 상위권에 무려 11곡이나 올라가 있습니다. 문제는 이 사람이 실존하지 않는다는 겁니다. AI가 생성한 가상의 아티스트가 실제 음악 차트를 점령한 겁니다.
에디 달튼은 누구인가
에디 달튼은 프로필 사진도 있고, 아티스트 페이지도 있고, 앨범 커버도 그럴듯합니다. 하지만 라이브 공연 기록은 없습니다. 인터뷰 영상도 없습니다. SNS 활동 이력도 극히 제한적입니다. AI 음성 합성과 작곡 도구를 활용해 만들어진 완전한 가상 인물이라는 것이 중론입니다.
곡 자체의 퀄리티는 놀라울 정도로 자연스럽습니다. 어쿠스틱 팝부터 인디 포크까지 장르도 다양합니다. 한 곡만 들어서는 AI가 만들었다고 알아차리기 어려운 수준입니다. 그리고 이 곡들이 실제 결제가 이루어지는 아이튠즈 차트에서 사람이 만든 음악들을 밀어내고 있습니다.
차트 11곳 점령이 가능한 구조적 이유
아이튠즈 싱글 차트는 스트리밍 기반의 스포티파이나 애플뮤직 차트와는 다릅니다. 개별 곡 구매 건수가 순위를 결정합니다. 이 방식은 두 가지 취약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첫째, 전체 거래량이 줄었습니다. 스트리밍 시대에 싱글을 건별로 구매하는 사용자가 크게 감소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적은 구매량으로도 차트 상위권에 진입할 수 있습니다. 둘째, AI는 곡을 대량 생산할 수 있습니다. 사람 아티스트가 한 곡을 만드는 동안 AI는 수십 곡을 찍어냅니다. 확률 게임에서 투입량을 압도적으로 늘린 셈입니다.
결과적으로 AI 생성 음악이 차트 시스템의 빈틈을 정확히 파고든 것입니다.
음악 산업이 느끼는 위기감
실제 뮤지션들의 반응은 당연히 뜨겁습니다. 독립 아티스트 커뮤니티에서는 이미 AI 생성 음악의 차트 진입을 제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핵심 논점은 명확합니다. AI 음악이 차트를 차지하면, 그만큼 실제 아티스트의 **가시성(discoverability)**이 떨어진다는 것입니다.
차트 순위는 단순한 숫자가 아닙니다. 플레이리스트 편성, 미디어 노출, 공연 섭외까지 연쇄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지표입니다. 가상 인물이 이 자리를 차지한다는 건, 실존 아티스트의 생계와 직결되는 기회가 줄어든다는 뜻입니다.
한편으로는 다른 시각도 있습니다. AI 음악이 차트에 오를 수 있다는 건 결국 사람들이 그 음악을 돈 주고 샀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소비자 입장에서 좋은 음악이면 누가 만들었든 상관없다는 반론도 존재합니다.
플랫폼의 책임과 대응 과제
애플을 비롯한 음악 플랫폼들은 이제 선택의 기로에 서 있습니다. AI 생성 음악을 별도로 라벨링할 것인지, 차트 집계에서 분리할 것인지, 아니면 현행대로 두고 시장에 맡길 것인지 결정해야 합니다.
유럽연합의 AI 법(EU AI Act)은 AI 생성 콘텐츠에 대한 투명성 의무를 규정하고 있습니다. 미국에서도 AI 생성 음악의 저작권과 공시 의무에 대한 논의가 의회 차원에서 진행 중입니다. 하지만 차트 시스템 자체에 대한 규제는 아직 누구도 다루지 않고 있습니다.
스포티파이는 이미 2024년부터 AI 생성 트랙의 인위적 스트리밍 조작에 대한 단속을 강화한 바 있습니다. 아이튠즈도 비슷한 수준의 대응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더 큰 질문 — 아티스트의 정의가 바뀌는가
에디 달튼 사태가 던지는 근본적인 질문이 있습니다. 음악을 만드는 주체가 사람이 아니어도 되는 시대에, 아티스트라는 개념은 어떻게 재정의되어야 할까요.
과거에도 가상 아티스트는 있었습니다. 고릴라즈(Gorillaz)는 가상 캐릭터지만 뒤에 데이먼 알반이라는 실존 인물이 있었습니다. 하츠네 미쿠는 보컬로이드지만 수많은 사람 크리에이터가 곡을 만들었습니다. 에디 달튼은 다릅니다. 작곡, 편곡, 보컬, 프로듀싱까지 전 과정에서 사람의 창작 기여가 최소화된 사례입니다.
존재하지 않는 가수가 차트 11곳을 차지한 지금, 음악 산업은 기술적 가능성과 창작자 보호 사이에서 균형점을 찾아야 합니다. 여러분은 AI가 만든 음악이 차트 1위를 하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좋은 음악이면 그만인 걸까요, 아니면 무언가 근본적으로 달라져야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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